지난달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BNK금융지주는 지역은행 합병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두 은행을 합병하면 경남은행에서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경남지역의 기업금융이 위축되며 그 결과 지역경제 사정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선 즉시 ‘거칠고 성긴 논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노조와 경남은행 노조의 반발은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 부산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김 회장은 두 은행의 합병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임기 중 방향을 마련해놓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경남은행 노조는 이를 두고 ‘두 은행 간 합병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경남 창원에 있는 경남도청과 본사 등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BNK지주 관계자는 “김 회장의 발언은 장기적이고 원론적인 입장일 뿐 합병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건 없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의 합병은 금융권의 해묵은 화두다. BNK금융지주의 전신인 BS금융지주는 2014년 우리은행 산하에 있던 경남은행을 인수했다. 부산은행과 합쳐 ‘덩치’를 키울 요량이었지만, 부산은행이 ‘점령군’이 될 것을 우려한 경남은행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BS금융은 ‘당분간 1지주 2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조건으로 경남은행 노조의 동의를 얻어냈다.
하지만 언제까지 ‘2은행 체제’를 유지하긴 어렵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은행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산 비용을 두 배로 들여야 하고, 각 은행의 본사 임직원 수도 합병할 경우에 비해 최소 1.5배로 유지해야 한다.
최근 금융권엔 지방 금융지주에 대한 ‘샌드위치론’이 무성하다. 3~4년간 4대 금융지주의 덩치(자산 규모)는 300조원, 400조원대로 커져 부산·경남은행(3분기 기준 122조원)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비대면 금융에선 인터넷 전문은행에 밀려 ‘지방 금융 맹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BNK금융은 올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한 순이익을 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대형 금융지주들이 작년을 넘어서는 실적을 속속 발표한 가운데 홀로 역성장한 것이다.
경남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도 ‘합병 반대’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디지털 금융에서 치고 나가기 위해선 같은 우산 안에 있는 부산은행과 힘을 합치는 게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부산은행에 비해 다소 적은 임금이 합병하면 오를 수 있다는 현실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노조의 반대가 안팎으로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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