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나스닥시장에서 줌은 시가총액 1400억달러에 마감하며 엑슨모빌의 시가총액 1370억달러를 앞질렀다. 다음 거래일인 30일에 엑슨모빌이 다시 줌을 앞섰지만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69억달러(약 8조원)에 불과하다. 엑슨모빌의 전신은 석유왕 존 록펠러가 1870년 설립한 스탠더드오일이다. 150년 된 기업이 2011년 태어난 기업에 밀린 것이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코로나19가 갈라놨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줌 주가는 연초 대비 570%가량 뛰었지만 같은 기간 엑슨모빌 주가는 반 토막 났다. 1년 전만 해도 3000억달러에 달했던 엑슨모빌 시가총액은 유가가 급락하고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둔화되면서 3분의 1로 줄었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내년까지 유럽에서 1600명, 미국에서 1500명을 감축할 전망이다. 전 직원의 15% 수준이다. 4분기 배당금도 동결되면서 배당금 증가 행진이 멈췄다. 30일 실적 발표에서는 순손실이 6억8000만달러로 세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줌은 5~7월 매출이 작년보다 355%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엑슨모빌의 추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상반기에는 집 수리용품 판매업체 홈디포에 밀렸다. 현재 홈디포 시가총액은 엑슨모빌 시가총액의 두 배를 넘는다. 글로벌 에너지 트렌드가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옮겨가면서 지난달 초에는 재생에너지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에 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주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이를 설명한다. 엑슨모빌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인 데 비해 줌의 PBR은 116배에 달한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도 엑슨모빌은 21배, 줌은 151배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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