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흉물' 신림백화점, 사업 재개 번번이 실패한 까닭

입력 2020-11-02 17:13   수정 2020-11-03 00:33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6만 명이 넘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사거리. 이곳 대로변에 있는 신림백화점(사진)은 앙상한 12층짜리 뼈대(골조)만 흉물처럼 14년째 방치돼 있다. 수차례 새 사업자가 나섰지만 번번이 사업 재개에 실패했다.

신림백화점은 2006년 지하 7층~지상 12층 규모로 첫 삽을 떴다. 총 공사비는 3000억원. 농협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800억원을 받고, 분양자 758명에게 총 1300억원을 확보했다. 나머지 900억원은 시공사인 C&우방이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분양자는 신림역 지하와 직접 연결되는 백화점이 들어선다는 기대에 수천만원씩 내고 상가를 분양받았다. 공사는 2009년 급작스레 멈췄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C&우방이 공사 자금을 계열사로 돌려쓰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분양자들은 상가는커녕 이미 낸 분양금 1300억원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후 새 사업자가 선정됐지만 사업은 난항을 겪었다. 분양자 피해 보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1년 채권단 최대주주인 농협이 금호산업을 새 시공사로 정했다. 그러나 분양금을 날린 분양자들이 후분양을 요구하며 중도금 납부를 거부해 공사가 멈췄다. 2018년 공개 매각에 나설 때도 입찰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새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9월에야 투자목적회사(SPC)인 아이원산업개발이 962억원에 신림백화점을 인수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분양자들은 분양금 1300억원 중 일부라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사업자와 협의해 달라며 관악구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

신림백화점 피해자모임 관계자는 “분양자 평균 연령이 65세로 고령인데, 평생 모은 노후 자금을 몽땅 날린 사람이 많다”며 “건축 인허가가 나기 전에 분양금 일부라도 보상받도록 구청이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구청 관계자는 “최초 시공사로부터 분양 사기를 당한 일이어서 구청 차원에서 해법이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림백화점과 같은 공사 중단 방치 건축물은 전국 322곳에 달한다. 이 중 15년이 넘은 건축물은 153곳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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