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전 '정부실패' 비용 줄이려면

입력 2020-11-03 17:09   수정 2020-11-04 00:09

감사원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는 ‘정치이념의 힘’을 확인시켜준다. 경제성 평가과정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면서도 관련 정책 타당성 판단은 유보했다. 당연히 찬반의견 대립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비(非)과학적인 아전인수식 주장만 있다. 한쪽은 계량화되지 않은 환경비용, 시민수용성 등을 근거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정당성을 강변한다. 다른 쪽은 가동률, 판매가격 등을 근거로 폐쇄의 부당성을 호소한다. 이러니 양측 의견은 타협의 소지가 없는 것 같다.

원전을 포함한 효율적 국가에너지체계 구성을 위한 제3의 사회적 합의기준 설정만이 해결책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준제시 적임자인 에너지 전문가들의 사회적 신뢰가 바닥이다. 또 다른 해결과제다. 전문가에 대한 신뢰 부족은 자신 이외의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정치권 불신의 후과이다. 정치권은 선거를 거친 그들만이 ‘영혼이 있다’고 한다. 정책 실행 관료들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단언한다. 관료조직에 복속하는 전문가들은 ‘스스로 영혼을 뺀’ 용병(傭兵)으로 본다.

그러나 상식 수준의 판단능력만 갖춘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원전 등 복합기술문제의 진단과 예측이 불가능하다. 대의정치의 한계를 활용해 자신들의 이념과 조직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뿐이다.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상호논리검증이 일상화된 전문가들은 특정 이념과 조직이해에 보다 중립적이다. 국민을 대리한 사회적 합의기준 제시의 유일한 적격자인 셈이다.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시장은 공공재 특성에 따라 반(反)시장적 요소가 많다. 우리와 같이 고도성장 국가의 에너지시스템은 공급안보를 위한 정부개입이 당연시돼 왔다. 여기에 관료주의와 정치이념이 가세하면 시장실패와 정부실패가 중첩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를 보정할 유일한 대안인 전문가 활용을 정부가 결정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이 더욱 힘들어진다.

우리 현실은 ‘관변’이 아니면 연구비 확보뿐 아니라 사회계층 상승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에너지와 같은 다양한 학문논리들이 개입되는 복합과학은 특정분야 주도가 힘들다. 이에 역설적으로 모두가 에너지 전문가로 자처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과의 연계수준이 그 가능성을 결정할 뿐이다. 물론 외부연계를 자제하는 학자들이 소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크지 않다. 이러니 역(逆)정치화 생존전략마저 보인다. ‘원전 마피아’라는 굴레 속에서 원자력학계는 불가피하게 일부 야당과 연계한 것 같다. 거기다 정치화 노력이 적은 순수 에너지 공학·경제학자들마저도 환경중시 풍조 속에서 정부시책 참여가 제한되고 있다. 그 대신 인접분야 준(準)전문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정부의 총애를 받고 있다.

결국 에너지 전문가 시장은 실물시장과 마찬가지로 독과점, 정치화, 융복합 부족 등 시장실패 요인이 만연해 있다. 생존을 위해 전문가들은 관료보다 더 ‘영혼 없는’ 존재가 되거나, ‘정치화’돼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에너지시장 효율화는 결국 전문가들의 몫이다. 이념과 시대 상황을 중시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은 오래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 인력시장 정상화가 시급하다. 관련 정부부처에서 에너지 전문가 특별채용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 이전에라도 장관정책보좌역, 국회입법조사관 제도를 먼저 활용해야 한다. 정부산하 정책연구기관들의 탈정치화도 확인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각종 자문기구 개편은 당연한 것이다. 이를 통해 월성원전 감사결과로 표출된 왜곡된 정책결정체계를 보정하고, 정·관 유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영구정지 상태인 월성1호기의 경우 완전폐기와 재가동 중 어느 것이든 정부실패 비용 추가부담이 불가피하다. 전문가의 실질관여를 통한 정부실패 비용 경감이 최선이다. 정치와 관료제 개혁을 제외하니 민망한 결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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