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중소기업들이 잇달아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를 투자자로 유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엘오티베큠과 케이씨텍의 신주 발행에 참여해 각각 200억원 안팎을 투자한다. 협력 업체의 주주가 돼 동반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엘오티베큠은 2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신주 126만7668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달 16일 주당 1만4980원에 신주를 발행해 총 189억원을 조달한다.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산업용 건식진공펌프 제조업체로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태양광, 2차전지 등 여러 첨단 제품 제조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965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올렸다. 가장 큰 고객은 삼성전자로, 연간 매출의 60~70%가량을 차지한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삼성전자는 이 회사의 2대 주주(지분율 7.99%)에 오른다. 엘오티베큠 관계자는 “투자 유치로 진공펌프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제품 경쟁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케이씨텍도 삼성전자로부터 207억원을 투자받는다. 이달 16일 삼성전자에 신주 102만2216주를 발행해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회사 역시 삼성전자를 핵심 고객으로 두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협력업체 투자에 나서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에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검사 관련 업체인 에스앤에스텍과 와이아이케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659억원, 473억원을 투자했다.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지분 투자를 통해 협력 업체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들 외에도 에이테크솔루션(15.9%), 원익IPS(3.8%), 원익홀딩스(2.3%), 동진쎄미켐(4.8%), 솔브레인홀딩스(4.8%) 등 여러 협력 업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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