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후궁 탈출’은 이슬람 세계에 대한 조롱 어린 시각으로 가득한 통상의 탈출극을 벗어난 면이 있다. 태수의 구애를 받는 여주인공 콘스탄체는 종교도 다르고 연인이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랑을 거절하지만, 태수를 조롱하지도 않고 그의 인격에 존경심마저 갖고 있다. 신분을 속이고 들어온 연인 벨몬테와 도망치다가 붙잡히는데, 태수는 벨몬테의 부친이 과거의 철천지원수임을 알게 되었음에도 이들을 풀어준다.
최근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증오와 조롱이 또 다른 증오와 보복을 낳는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다. 우리에게도 큰 교훈 아닐까 싶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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