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클러스터로 날개 다는 동해 북평산단

입력 2020-11-03 16:33   수정 2020-11-04 01:21


강원 동해시 구호동에 있는 북평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인 진아스틸은 철강제품의 용접과 소성가공에 특화된 업체다. 이 회사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아 액화수소용 배관 및 밸브와 관련된 용접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송국현 진아스틸 기업부설연구소장은 “액화수소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인 데다, 배관은 일반 철강이 아니라 특수강과 고기능 비철금속을 사용하는 만큼 접합기술도 달라야 한다”며 “아직 국내에선 상용화된 적이 없는 특수 분야”라고 설명했다. 진아스틸은 특수접합 중 하나인 고상접합 분야에도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북평산단에서 수소산업을 이끌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북평산단엔 이 밖에 하이리움, 디앨, 다다코리아 등 경기와 대구 등지에 있는 수소 밸브 및 배관업체들이 조만간 이전해 올 계획이거나 지사 설립을 타진 중이다. 북평산단이 수소 경제와 관련된 국내 첫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로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 차량 등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분야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다.
국내 첫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북평산단은 162만4000㎡ 규모로 1995년 준공됐다. 당시 동해안 시대의 중심공업지역 건설과 북방 교류에 대비한 무역기지로 개발됐다. 기계, 수산, 목재 업종 중심의 중소기업이 주로 입주해 있다. 국가산업단지와 더불어 71만5000㎡ 규모의 일반산업단지도 붙어 있다. 역시 기계, 수산, 목재 분야의 지역 중소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동해항만의 배후 산단 역할을 하고 있다.

북평산단의 최대 현안은 노후화다. 북평산단의 최초 분양가는 3.3㎡당 25만원 수준. 준공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도 매매가는 35만원 선에 머물고 있다. 농공단지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이렇다 할 발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산단이 노후화된 탓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수소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통해 정체된 북평산단의 돌파구를 찾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규헌 한국산업단지공단 동해지사장은 “북평산단 내 장기 미활용 국유지를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임대단지로 조성해 수소클러스터 조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북평산단이 활성화되면 동해안 일대의 경제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평산단을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건 정부의 한국형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강원형 뉴딜사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강원도는 앞서 북평산단을 포함해 인근 호산항, 삼척 호산LNG기지, 삼척 스마트산업단지 등을 아우르는 반경 20㎞ 이내 지역을 ‘액화수소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등의 규제를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가능하다.
“고용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강원도는 북평산단에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2025년까지 5년간 사업비 23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또 북평산단에 수소 연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16억원을 투입해 7만5850㎡ 22필지 규모의 임대단지 조성을 마쳤다.

호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수소 저장에 필요한 탱크 제조, 수소 관련 배관, 합금 등의 기술과 관련된 기업이 임대단지에 입주하게 된다. 산단공은 다음달부터 입주기업을 모집한다.

김주영 강원대 수소산업연구추진단장은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조성계획이 통과되면 5000억원에 달하는 연간 매출과 23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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