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돈 벌고 싶은 개미…가치株를 따라가라

입력 2020-11-04 15:20   수정 2020-11-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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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내년도 주식시장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간 다섯 개 증권사에서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가치주’에 주목했다.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진 만큼 성장주에 대한 관심을 가치주로 옮길 만하다는 의견이다. 성장주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왜 가치주인가
증권사들은 가치주 업종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폭이 성장주보다 크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4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내년도 코스피200 기업 영업이익은 8월 말 161조원에서 10월 16일 171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그중에서도 운송(26%), 화학·정보기술(IT)·가전(이상 8%), 상사 및 자본재(7%), 자동차(6%) 등 가치주가 다수 포함된 경기 민감 업종의 상향폭이 두드러졌다. 반면 소프트웨어는 5% 하향 조정됐다.


삼성증권은 내년에 경기 민감 대형 수출주와 가치주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글로벌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에는 경기 민감 가치주가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코로나19로 급감했던 수출이 회복되면서 기업 실적이 정상화될 것”이라며 “반도체·정유·화학·자동차 등의 업종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가치는 저평가됐지만 깜짝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찾으라고도 조언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생활건강 삼성SDI 등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내년 실적은 개선될 수밖에 없는 ‘신데렐라’를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음식료 등 중국 소비재와 산업 구조조정 효과를 누릴 수 있는 1등 항공, 여행주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인프라 투자 확대가 가치주를 밀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미국의 경기 침체 수준을 감안하면 누가 대선에서 당선되든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시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공황, 오일쇼크, 금융위기 등 큰 침체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한 대규모 재정 지출은 경기 민감주 강세 요인이었다”고 짚었다.

한화투자증권은 가치주 중에서도 성장주로 변할 잠재력을 지닌 종목을 찾아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변한 기업의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2009년 가치주였던 종목 중 현재 성장주로 바뀐 종목의 연평균 수익률은 27.1%지만 같은 기간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전환된 종목의 연평균 수익률은 -10.8%로 큰 차이를 보인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 업종은 석유화학에서 폐기물 처리 등 친환경 업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내년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장주 주춤하나
성장주 질주가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키움증권은 성장주의 실적 개선 속도가 둔화되고, 미국 대형 기술주에 대한 규제까지 더해져 성장주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혁신 기업들이 무형 자산을 기반으로 사업하기 때문에 적정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서 연구원은 “올해 거대한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면서 성장주 랠리가 펼쳐진 것과 달리 내년에는 개별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성장주의 동반 강세를 예상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성장주의 강세가 2016년부터 나타난 것과 달리 국내 성장주의 강세는 3년 뒤에 나타났다”며 “한국의 성장주가 특별히 과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신 과거 투자 실적이 주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양호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성에 투자하는 기업을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주요국 인프라 투자가 디지털과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국 IT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인프라를 위한 볍씨는 철과 시멘트에서 반도체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약달러에도 주목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또 다른 테마로는 약달러 현상이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023년까지 제로(0)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년에도 달러 약세장은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타격을 덜 받은 아시아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시아 신흥국 달러 표시 채권, 한국 상위 등급 여전채 및 회사채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은 약달러 국면에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주식시장과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망 업종으로는 경기소비재, 기술, 소재를 꼽았다. 김종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온라인 기반의 소비가 확대된 덕에 내년에는 경기소비재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주가 동반 상승할 것”이라며 “화학 등 소재 업종은 경기 회복과 흐름을 같이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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