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잊은 기아차 노조 "파업 찬성"…협력사 "날벼락"

입력 2020-11-04 11:08   수정 2020-11-04 11:10


기아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요구안 관철을 위해 합법적인 파업권 확보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미 고사 위기에 내몰린 부품 협력사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4일 기아차 노조에 따르면 전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쟁위행위 찬반투표가 73.3%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전체 조합원 2만9261명 가운데 2만6222명이 참여했고, 2만1457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기아차 노조가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낸 쟁의조정 신청도 이날 조정중지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기아차 노조는 찬반투표 결과에 더해 중노위의 조정중지 결정도 받아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추고 협상력을 높여 임단협 협상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의 2020년 임단협은 9차례 교섭에도 난항을 거듭하는 중이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정년 60세에서 65세로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잔업 복원 △노동이사제 도입 △전기차 핵심 부품 생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기아차가 세타2 GDi 엔진 결함을 인정하고 소비자들을 위해 평생보증을 제공하기로 한 점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아차는 해당 엔진이 탑재된 미국 417만대, 국내 52만대 등 모두 469만대의 차량에 평생보증을 제공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품질비용 1조2592억원을 반영했다. 그러나 노조는 해당 비용으로 노조원의 임금과 복지가 줄어든다며 반발하는 것이다.

기아차 노조는 잔업 복원도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는 2017년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잔업을 중단했다. 잔업수당은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며 비용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노조는 "동종사(현대차)에서는 잔업과 특근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며 "(매일 30분씩 하던 잔업이 사라져) 매월 11만8871원을 못 받고 있으며, 동종사와 비교해 연 200여만원의 차이가 난다"고 주장한다. 통상임금 문제를 사측과 합의한 현대차와 같이 잔업을 진행하고, 더 많은 수당을 달라는 요구다.

반면 직원들의 근무태도에 대해서는 현대차와의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 말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현대차는 올해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거나 조기 퇴근하는 등 취업규칙을 어긴 생산직 근로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기아차 노조는 "악습을 끊는다는 미명하에 징계를 선언했지만, 제 얼굴에 침뱉기"라며 "동종사를 핑계로 기초질서 준수를 강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퇴근시간 미리 정문에서 대기하다 나가는 인력 등에 대한 통제는 '현장탄압'으로 규정했다.

기아차 임단협 난항이 지속되던 와중에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자 부품 협력사 사이에서는 우려와 함께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어 체력이 바닥난 상황인데 기아차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문을 닫게될 수 있다는 시름이 깊어진 탓이다. 현대차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올해 무분규 합의를 이뤄낸 바 있다.

기아차가 실제 파업에 나설지는 미지수이지만,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예상되는 타격이 막대하다는 것이 부품사들의 고민이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파업할 경우 납품을 받아주지 않는다.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 부품사일수록 치명적인 피해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품사 관계자도 "코로나 여파에 수출이 줄고 내수 비중이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 비중이 압도적인데, 파업이 벌어지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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