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표 상황따라 증시 오락가락…네이버·카카오 등 기술株 강세

입력 2020-11-04 17:09   수정 2020-11-05 02:29


그동안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주식시장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의미하는 ‘블루웨이브’에 베팅했다. 하지만 선거 당일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쪽으로 기울었다. 바이든 당선 기대감으로 올랐던 친환경주들은 일제히 떨어진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술주는 5~6% 급등했다.
투표 상황 따라 급등락
4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부터 1% 이상 상승하며 출발했다. 미국 뉴욕증시가 전날 2% 이상 급등한 영향이다. 마지막 여론조사(WSJ·NBC방송)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10%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오전 11시부터 투표 결과가 공개되면서 상승폭이 줄었다. 급등했던 종목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요 경합지에서 트럼프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핵심 ‘스윙스테이트’인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우위가 점쳐지자 분위기가 반전했다. 나스닥100선물 지수가 장중 한때 4% 이상 급등했고, 코스피지수도 상승 전환했다. 이후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0.6% 오른 2357.32에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는 국가별로 다르게 반응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72% 오른 23,695.23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보합세(0.19%)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저녁(한국시간) 바이든 후보로 판세가 기울자 보합세로 출발했던 유럽 주요국 증시는 1% 이상 상승했다.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러시아는 장 초반 3% 이상 급등했으나,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자 상승폭이 1.79%로 줄었다. 증시가 이렇게 널뛰기를 하는 것은 선거 결과 예측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되면 호재”
국내 증시는 트럼프 당선을 점치고 종목들이 움직였다. 바이든의 법인세율 인상과 기술주 반독점 규제는 주식시장에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당선은 주도주 역할을 하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주식시장은 정보기술(IT)과 기술주 비중이 크기 때문에 바이든보다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국내 기술주는 강세를 보였다. 네이버가 5.48%, 카카오가 6.84% 급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4.86%), 셀트리온(4.44%) 등 바이오 업체도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친환경주는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자 급락했다. 태양광업체인 한화솔루션은 8.86%, OCI는 8.29% 떨어졌다. 장 초반 강세였던 배터리업체들도 고전했다. LG화학은 0.91% 내렸고, 삼성SDI는 보합으로 마감했다.

이외에 화학, 금융, 은행 등 가치주도 나란히 하락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술주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KB금융(-2.58%), 신한지주(-2.66%), 롯데케미칼(-3.42%)의 하락폭이 컸다. 현대로템(3.58%), 현대엘리베이(4.08%) 등 대북주는 상승했다.
바이든 당선 땐 전기·수소 업종 수혜
트럼프의 재선은 기술주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술주들이 급성장하면서 독점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점차 자연독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는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태양광, 전기차, 수소 관련 업종이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은 4년간 청정에너지와 친환경 인프라에 2조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선런(태양광), 넥스트에라에너지(신재생)도 유망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증권은 국내에서 LG화학(배터리), 한화솔루션(태양광), 현대로템(수소인프라) 등이 직간접적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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