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관계자는 4일 “과거엔 소득이 투명하지 않고 세원 파악에 어려움이 있어 고부담 구조의 상속세 체계를 구축했지만 이제는 투명성이 많이 향상됐다”며 상속세제 개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단기에 막대한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을 줄여주기 위해 상속세 분할납부 기간을 늘리는 방안 등은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부의 대물림 방지를 중시하는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상속세율 인하 등 전면적인 개편은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3일 국회에서 “상속세의 부작용이 크다면 (제도 개선을) 검토할 여지가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현재 상속세 연부연납(분할납부)은 최초 납부 이후 최대 5년간 가능하다. 분할납부 시엔 연 1.8%의 이자가 붙는다. 이를 최초 납부 이후 10~15년(총 11~16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속세 과세표준 조정도 검토 가능한 옵션”이라고 밝혔다.
세제는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과세표준을 조정해주는 게 보통이다. 가령 소득세는 20년 전엔 과세표준 8000만원 초과 구간에 세율 40%를 매겼지만 지금은 3억~5억원 구간에 40%를 적용한다. 국민의 소득이 늘었는데 과세표준을 그대로 두면 고율 과세자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속세는 2000년에 바뀐 과세표준이 20년째 그대로다. 정부가 제도 개선에 손을 놓은 탓에 ‘자연 증세’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상속세 최고 세율(50%) 적용 과표 구간을 현재 ‘30억원 초과’에서 ‘50억원 초과’로 조정하면, 30억~50억원 해당 납세자는 한 단계 낮은 40%의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과표 조정만으로 세율 인하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경제계는 정부가 상속세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보완보다는 세율 인하 등 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할증 평가까지 고려한 상속세 최고 세율이 6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상속세 부담이 과중해 헐값에 기업 지분을 매각하고 국부가 유출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율 인하는 물론 상속세를 없애고 자녀가 나중에 상속재산을 처분했을 때 양도차익을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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