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에서 승리한 데 이어 개표 중반까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역) 경합주에서 앞서가면서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밀릴 것이란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다. 그러나 우편투표함이 본격 열리면서 위스콘신과 미시간주에서 바이든이 우세로 돌아섰다.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서로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미국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AP통신은 4일 오전 9시(한국시간 4일 오후 11시) 현재 당선 확정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총 538명) 중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각각 213명과 238명이며, 87명을 놓고는 경합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로 분류된 12곳 중 7곳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어 바이든의 승리를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후보는 서로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이날 0시40분께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승리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모든 개표가 끝날 때까지 대선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전 2시25분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경합주에서 이기고 있다며 “우리는 이길 준비를 하고 있고 정말 이겼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와 관련해 “대법원에 소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를 둘러싼 불복 등 혼란으로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선이 대혼전 양상을 보이자 4일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원80전 내린 달러당 1128원30전에 출발했다.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하지만 초접전으로 예측 불허라는 진단이 이어지자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로 바뀌었다. 대선 불복으로 일대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뉴스가 뜨자 한때 달러당 1148원대까지 치솟았다가 트럼프 대통령 우세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원·달러 환율은 3원60전 오른 달러당 1137원70전에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오전장엔 강보합 수준이었지만 오후장 들어 상승폭이 커지며 14.01포인트(0.6%) 오른 2357.32에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한국 증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 마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김익환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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