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부담을 또 택배기사에?…노조 "대국민 사기극" [종합]

입력 2020-11-05 14:50   수정 2020-11-0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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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택배노동자 10여명이 잇따라 사망하자 택배 근로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대국민 사과한 CJ대한통운이 '택배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노동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이 지난주 분류작업 인력 투입 비용의 50%만 본사가 지원할 테니 나머지 50%는 대리점 내에서 협의해 진행하라고 통보했다"며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꼼수를 행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대국민 사기극을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관련 협의가 진행중이라면서 "집배점에서 택배기사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노동자에 분류작업 인력비용 떠넘기는 꼼수"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에 침묵하고, 분류작업은 택배기사의 몫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했던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에 사과하고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한다기에 놀랐으나 역시나 꼼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류작업 비용을 떠안게 된 대리점들이 그 비용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시킬 것을 CJ대한통운도 모르지 않으면서 시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에 접수된 신고 내용에 따르면 이미 일부 대리점에서는 택배기사들에게 분류작업 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대책위는 조합원이 있는 대리점 중에는 기사들에게 인력 투입 비용의 20%를 부담하라고 강요하는 곳이 있었으며, 비조합원의 경우 대리점 측이 기사들에게 (본사 지원을 제외한) 50%를 모두 부담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전남, 경남 등 일부 군(郡) 단위 대리점에는 분류인력 투입 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태완 위원장은 "CJ대한통운 본사가 대리점에 50%를 부담시키고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방식 자체가 이런 결과를 낳고 있다"며 "심지어 분류작업 인력 1명당 월 인건비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50만원 이상 부담할 수 없다는 막무가내 주장까지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CJ대한통운, 인력비용 100% 부담해야…과로사 더 안돼"
그는 "이 같은 CJ대한통운의 행태로 피해를 받는 것은 또다시 택배노동자다. 분류작업 인력이 투입되는 즉시 택배노동자들은 깎인 급여명세서를 받을 것"이라며 "CJ대한통운은 분류작업 인력투입 비용을 대리점과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인력투입 비용 전체를 사측이 부담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택배사들이 이제는 정부와 대책위가 요구하고 있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에 시급히 참가해 분류작업 인력투입에 대한 세부사항을 대책위와 직접 마주 앉아 협의해야 한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더는 과로사로 사망하는 택배근로자가 없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태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책위는 당분간 분류작업 인력투입 약속 이행점검단을 구성해 전국 터미널 현장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CJ대한통운은 '꼼수'라는 노조 측 지적은 지나친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CJ대한통운은 "분류작업 지원 인력비용은 집배점과 절반을 전제로 해 집배점 규모와 수익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부담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집배점에서 택배기사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는 지난달 22일 연이은 택배기사의 과로사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회사 차원의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도 내놓았다.

CJ대한통운은 이달부터 택배 현장에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실질적 작업 시간을 줄이고 근무 구조를 개선해 노동자들의 작업 강도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CJ대한통운은 이를 위해 매년 500억원 추가 비용을 들인다고 설명했으나 추가인력 채용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대리점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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