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관찰하는 사람과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물이 있을까. 외관도 중요하지만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내 생활이 늘면서 이 같은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한 해답 중 하나가 바로 테라스다. 지난해 준공한 색조 화장품 회사 클리오의 서울 성수동 신사옥은 사무실의 모든 층에 테라스를 뒀다. 답답하지 않게 ‘트임’을 시도한 대표적 건축물이다. 국내 유명 건축상 2관왕을 차지했다. 지난 8월 ‘제38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에 이어 지난달 ‘2020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클리오 사옥의 콘셉트는 ‘테라피스(Terraffice)’다. 대지를 뜻하는 테라(terra)와 사무 공간을 의미하는 오피스(office)의 합성어다. 설계를 맡은 건축사사무소 O.C.A는 “일터에서도 땅을 밟고 자연과 소통할 수 있고, 외부 관찰자와 내부 경험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사무실 모든 층에 테라스를 두는 새로운 유형의 사무실인 ‘테라피스’를 시도한 이유다.
건물의 4개 층마다 벽구조로 지지하는 큰 규모의 테라스가 엇갈리게 쌓여 있고, 그사이에 각각의 층에는 작은 테라스가 매달려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서울숲 너머 남산타워, 롯데월드타워 등 서울의 곳곳을 각 층에서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다.
건축주인 한현옥 클리오 대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소통’의 공간을 짓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사 전 작은 건물 여러 곳에 나눠 지내던 클리오 임직원들이 소통의 어려움을 제일 먼저 꼽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옥에는 지하 1층 라운지를 비롯해 크고 작은 회의실, 간이 미팅 공간 등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마련했다.
또 하루 중 오랜 시간을 머무는 직원들을 위해 모든 층의 층고를 4.5~7m로 높였다. 한 대표는 “건축 비용은 다소 높아졌지만 설계 초반부터 강력하게 요구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층고가 높으면 창의성과 추상적 사고가 향상된다는 ‘대성당 효과 이론’처럼 직원들의 시야가 열리길 바랐다”고 말했다.
주차공간도 눈길을 끈다. 건물의 주차 공간이 지하나 기계식 타워가 아니라 중간층인 지상 3~6층에 있다. 또 직원들의 창의력 발현을 돕기 위해 사옥 곳곳에 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배치했다. 20년 전 클리오 주최 행사(코스메틱 아트)에 출품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1층에는 파운데이션 뚜껑으로 점박이 장식을 표현한 사과 작품이 전시돼 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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