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 된 美 블루웨이브, 증시엔 희소식"

입력 2020-11-05 17:08   수정 2020-11-13 18:10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한·미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큰 이변 없이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설명이다. 백악관과 의회 상·하원을 민주당이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 예상이 깨진 것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기업 규제·증세 방안이 상원에서 가로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리서치센터장들에게 대선 이후 전망을 들어봤다.
“내년 코스피지수 2700대 가능”

5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바이든 후보로 기운 미국 대선 결과가 한·미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은 물론이고 내년까지 증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결과 코스피지수는 내년에 최고 2750(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참여자들이 미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걸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고 있다”며 “올 3분기 같은 급등은 아니더라도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은 완만한 상승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증시 상승의 또 다른 근거는 경기 회복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증시는 유동성만으로도 강세가 이어졌다”며 “내년에는 유동성보다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코스피지수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복이 변수로 남아 있다. 이 변수가 증시를 얼마나 흔들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견해가 엇갈린다. 소송전 장기화로 시장에 계속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과 재검표한다고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은 차분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맞섰다.
“블루웨이브 무산 긍정적”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이 상원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블루웨이브가 무산된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는 그동안 미국 월가가 ‘최악’으로 꼽았던 시나리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렇게 되면 부양책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경기 침체(디플레이션)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경고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 한국과 미국의 주가는 큰 폭으로 뛰었다. “시장은 규제와 증세 가능성이 낮아진 데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화당이 상원에서 증세를 저지할 거라는 안도감이 시장에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기업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민주당이 반독점 경제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려워졌고 환경 규제를 강화하기도 쉽지 않아졌다”며 “정치가 경제에 개입할 여지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국내 대형 기술주에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친환경주 상승 전망 엇갈려
전문가들은 증시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유지되면서 비대면 등 올해 주도주가 내년에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철수 센터장은 “산업 환경의 변화라는 대세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플랫폼기업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그동안 유망주로만 불리던 비대면 산업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렇다고 인프라 등 경기순환·중후장대 종목이 부진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면 화학, 운송, 산업재 등 다양한 분야가 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이 분야 종목은 주가가 싼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주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외면했던 그린산업에 긍정적 환경이 조성될 것”(정용택·김지산·이창목 센터장)이라는 의견과 “주가가 블루웨이브를 반영하고 있는데 그게 무산되면서 정책 추진이 잘 안 돼 조정을 받을 것”(서철수·신동준 센터장)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관련주가 반등하며 그린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바이든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미·중 무역전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국내 증시에 또 다른 불확실성 한 가지가 감소할 것이란 기대를 높여주는 대목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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