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의 외교 및 통상 정책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를 비판하며 “동맹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정에도 복귀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해 벌여온 관세전쟁은 단계적으로 중단하되 중국의 불법 보조금 등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보다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재임 기간 훼손됐던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다자무역 협상에도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자간 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 같은 다자주의보다 양자 협상 및 압박을 통한 무역적자 해소에 주력해왔다.
바이든이 환경·노동 개선을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통상 협상 때 이런 조건을 내세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산업의 수출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환경·노동이 또 다른 형태의 보호무역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노동자 보호 조항을 넣겠다고 공약했고, 바이든은 당선 즉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한 뒤 2025년까지 환경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탄소조정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존 라이버 디렉터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매우 노동 친화적인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은 또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산 구매)’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자국 제조업을 강화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공급망) 재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바이든은 중국이 환율 조작, 불법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행위를 해왔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또 측근 중엔 중국을 미국 성장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중국과의 무역 이슈를 안보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기술 유출 방지 등을 내세워 기술 냉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자간 연합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와 달리 한국 등 동맹국을 대상으로 ‘중국과의 거리두기’ 등 직접적인 행동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신 2018년 트럼프가 개시했던 중국과의 관세전쟁은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고율 관세 부과로 미국에 수입되는 제품 가격만 뛰었고, 중국의 보복 관세로 인해 미국의 수출 경쟁력마저 떨어졌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서다. 차기 행정부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있는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중국과 효율적으로 경쟁하되 협력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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