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조세정책에선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층 증세가 핵심이다. 바이든은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5%였던 법인세율을 21%로 낮췄는데 바이든은 이를 절반 정도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15%의 최저한세율도 도입하기로 했다. 최저한세율은 기업들이 아무리 세금 감면을 받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세금 비율이다.
개인의 경우 연소득 40만달러(약 4억58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이 집중 타깃이다. 40만달러 초과분에 대해선 최고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고 급여세도 추가 부과할 계획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트럼프 재임 중 39.6%에서 37%로 낮아졌는데 바이든은 이를 원상복귀시킬 예정이다. 급여세는 노인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재원 마련을 위해 급여에서 원천징수되는 세금이다. 현재 개인 급여 중 13만7700달러까지는 12.4%(고용주와 직원이 절반씩)의 급여세가 부과되지만 그 이상 소득분에 대해선 급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바이든은 소득 40만달러 초과분에 대해선 12.4%의 급여세를 추가 부과할 방침이다.
세부 방침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슈퍼 부자’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 도입도 바이든이 대선 기간 언급한 적이 있다.
미국 제조업 강화를 위한 세제정책도 추진된다. 바이든은 미국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밖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기업엔 세금을 올리고, 폐쇄된 미국 내 생산시설을 재개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민간기관들은 ‘바이든 증세’가 현실화하면 임기 4년간 1조4000억달러, 10년간 최소 2조4000억달러에서 최대 4조달러의 세수가 추가로 걷힐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은 이렇게 걷은 세금을 중산층 지원과 친환경 인프라 투자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는 재임 중 친환경 인프라 투자에 2조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괜찮은 연봉을 받는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처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하고 연방정부 부지에서 셰일오일 추출을 위한 수압파쇄(프래킹)를 금지할 방침이다. 프래킹을 전면 금지하는 건 아니고 제한하는 것이지만 석유, 가스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산업은 타격이 예상된다. 대신 태양광, 풍력 등은 집중 지원 목록에 오른다.
일자리와 노동 분야에선 미국 제품 우선 구매 등에 4년간 4000억달러를 투자해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 생활 향상 등을 위해 최저임금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미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시급은 7.5달러다. 이를 15달러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주별로 경제력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연방정부 차원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예컨대 뉴욕,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는 최저시급을 일정 기간에 걸쳐 15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반면 경제력이 떨어지는 주나 도시에선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감당할 수 없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은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도 지지한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실리콘밸리가 민주당의 ‘자금줄’이어서 초강경 대책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바이드노믹스’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바이드노믹스가 트럼프노믹스보다 경기부양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재정 지출 확대 이득이 증세로 인한 부작용보다 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후버연구소는 바이든의 대선 공약이 모두 실행될 경우 2030년 미국 경제는 미 의회예산국 전망 대비 일자리는 490만 개, GDP는 2조6000억달러, 가계 중간소득은 6500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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