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업계가 ‘노조 리스크’에 휩싸였다. 한국GM 노동조합은 파업을 장기화할 태세고, 기아자동차 노조도 파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자동차업계가 회복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암초를 만났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GM 노조는 5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6~10일 부분파업을 하기로 했다. 전반조 근무자와 후반조 근무자가 4시간씩 파업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에도 부분파업을 했다. 노조는 10일 쟁의대책위를 한 차례 더 열고 파업을 계속할지 논의할 계획이다. 장기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7월부터 10월 29일까지 21차례에 걸쳐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는 월 기본급 약 12만원 인상, 성과급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내년 월 2만2000원 올리자고 제안했다.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임금 교섭 주기를 2년으로 조정하자는 제안이다.
업계에서는 한국GM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본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사업 축소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GM에서 만드는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 등이 최근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노조의 파업 때문에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면 본사 차원에서 물량을 재배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최근 업계 고위 관계자에게 “노조는 GM이 한국에 계속 머물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노사 관계가 전제됐을 때 가능한 얘기”라며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 본사는 한국 공장을 멈춰 세울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 노조는 이날 파업권을 확보했다. 지난 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해 과반의 찬성을 얻었고, 이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는 조만간 쟁의대책위를 열고 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기아차 노조는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해마다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2조96억원)의 30%를 성과급 형태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형제회사’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 동결을 수용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도 아직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 노조가 파업을 강행해 차량 생산이 멈추면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회복이 더뎌진다”며 “자금 사정이 열악한 부품업체를 포함해 산업 생태계 전체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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