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주식' 말고 재미없는 안정성장주 어때?

입력 2020-11-06 17:25   수정 2020-11-06 23:53

‘다알면서/혹시몰라/검색창에/쳐봅니다.’

SNS 시인으로 유명한 이환천 씨의 ‘살 빼는 법’이란 시다. 이씨는 페이스북에서 ‘이환천의 문학살롱’으로 인기를 얻었다. “(내 글이) 시가 아니라고 한다면 순순히 인정하겠다. 요즘 세상에 전문가, 비전문가 따질 것 있나 싶다. 그냥 가볍게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며 재미를 기준으로 평가해달라고 한다.

‘내목따고/속꺼내서/끓는물에/넣오라고/김부장이/시키드나’라는 시는 제목이 ‘커피믹스’다. ‘B급 유머’의 유쾌한 언어유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까닭에 이씨의 글이 호평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동학개미는 주식 투자에서 재미를 봤다. 증시가 V자로 반등하는 과정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며 짜릿한 재미를 만끽했다. 특히 올해 한국 증시를 이끈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종목은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감)’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주가가 자고 나면 뛰기를 반복했고 투자자들은 투자 재미에 푹 빠졌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지난 9월 15일 2443을 찍은 뒤 2200~2300 박스권에 머물면서 재미도 사라졌다. 사실 올해 같은 드라마틱한 상황은 흔치 않다. 그런데도 이번에 맛본 짜릿한 재미를 익숙하고 당연한 걸로 여기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주식 열풍에 휩쓸려 새로 뛰어든 ‘주린이’(주식+어린이·주식초보자)들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재미있는’(단기 고수익이 가능한) 주식에 대한 금단현상을 호소하는 주린이도 있다.

주식시장엔 주가 흐름이 ‘재미없는’ 주식이 훨씬 많다. 설령 주가 흐름이 재미있는 주식이더라도 계속 오르기만 할 순 없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만큼 주가 조정은 필수다. 주가 흐름이 재미있을 때만 투자하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니 가능한 일인가.

주가 흐름이 재미없는 주식은 셋으로 나뉜다. 첫째, 실적이 부진해서 주가가 계속 횡보하거나 내리막길을 걷는, 그야말로 별볼 일 없는 주식이다. 둘째, 더디긴 하지만 실적이 성장하는데 주가는 실제 가치보다 싼 주식이다. 가치주라고 불린다. 셋째, 가치주보다는 실적 성장이 빠르고 주가 수준도 높은 주식이다. 다만 BBIG 같은 고성장주처럼 주가가 화끈하게 뛰는 일은 없고 안정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인다. 그래서 안정성장주라는 이름이 붙는다.

LG생활건강이 대표적인 안정성장주다. 삼성증권은 내년 톱픽(최선호주) 10개 종목에 LG생활건강을 포함시켰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한국경제신문 유튜브 ‘돈도썰(돈 불리는 데 도움 되는 썰)’ 인터뷰에 출연해 “LG생활건강은 기관투자가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주식이고, 모든 애널리스트가 톱픽으로 꼽는 주식이지만, 주가가 재미없다”고 말했다.

재미없는 주가 흐름은 주가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베타계수로 확인할 수 있다. 베타계수는 코스피지수 대비 특정 종목 주가의 변동성을 가리키는데 코스피지수가 1% 상승(또는 하락)할 때 그 종목 주가가 몇 % 상승(또는 하락)하는지를 의미한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LG생활건강의 베타계수는 0.69였다. 코스피지수가 1% 변동할 때 0.69% 변동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재미없는 주가 흐름인 셈이다. 올해 증시 변동성이 컸던 점을 고려해 2018~2019년 베타계수를 따져보니 0.96이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의 베타계수는 1.26으로 훨씬 큰 변동성을 나타냈다.

변동성의 다른 표현은 위험이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종목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껴보면 어떨까. ‘화끈한거/쫓지말고/재미없는/주식어때.’ (제목: 안정성장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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