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바이든의 당선은 미국 기술주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상원까지 차지하는 ‘블루웨이브’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시장의 반응은 달라졌다. 이번엔 공화당이 51명으로 가까스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두 가지 셈법이 달라졌다. 우선 4대 대형 기술주를 눌러오던 반독점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제약이 생긴다. 6일 미국 하원 소속 반독점소위원회에서는 아마존·애플·페이스북·구글 등에 대한 독점 문제를 지적했다. 반독점법 강화를 통해 이들 기업을 강제 분할하겠다는 제안이 담겼지만 상원을 공화당이 유지하면서 입법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기업분할 명령 이후 벌어졌던 미국 기술주 폭락 사태가 재연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줄었다는 얘기다.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던 추가 경기부양책 기대도 더해졌다. 일부 상원의원만 설득하면 부양책의 상원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 분할 등의 극단적 규제 가능성이 낮아진 데다가 기업들의 이익 전망 상향, 변동성지수(VIX) 하락 등을 고려해 4분기는 상승장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적 전망이 좋은 기술주를 지금 시점에 팔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다.
시장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기술주에 대한 우호적 정책을 쉽게 바꾸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 미국 대형 기술주들의 경쟁력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투자 규모가 큰 헤지펀드나 미국 대형 IT기업 노동자 집단은 바이든 정치후원금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바이든 시대 기술주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주 자체의 매출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 우려 요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4대 기술주의 매출 증가율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기업들이 성숙기에 들어선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페이스북과 구글에 대한 기업 분할 압박은 계속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검색·광고 연동 등의 수익 창출 행위를 하는 데 제약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형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따랐다. 세일즈포스, 아발라라 등 소프트웨어업체와 전자상거래업체 쇼피파이,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스퀘어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허 연구원은 “대형 기술주의 성장 둔화 우려에 대한 대안으로 중소형 소프트웨어 기술주가 뜰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