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국무총리실이 진행 중인 동남권 신공항 타당성 재검증 평가에서 경남 김해가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정부가 부산 가덕도를 후보지로 곧장 밀어붙일 수 없다는 얘기였다. 동남권 신공항의 또 다른 후보지로 거론되는 가덕도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내년 4월 부산시장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내세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김 장관의 뜻밖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김 장관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 김해 신공항 부적합이 곧 가덕도 신공항 적합을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 시내에서 36㎞ 떨어진 가덕도는 2011년 정부가 신공항 후보지로는 ‘경제성 없음’으로 이미 평가한 곳이다. 당시 동남권신공항입지평가위원회는 가덕도에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성 부문에서도 낙제점을 줬다. 결국 정부는 2016년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김해를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낙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당 소속 부산·경남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구 의원들이 김해공항 확장에 반대하면서 지난해 12월 총리실에서 검증위원회를 꾸리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검증위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나올 예정이다.
김 장관은 국토위 여야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도 ‘법적 절차’를 강조했다. 김 장관은 “김해 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모든 행정 절차가 무효화된다”며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 검토에 들어가는 것은 법적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김 장관이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은 법 절차를 무시했다가 차기 정부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부처별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지난 정부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물은 전례도 있다. 김 장관이 “공무원에게 이런 법적 절차를 뛰어넘으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여론이 그쪽(가덕도 신공항)으로 가고 있다”는 김교흥 민주당 의원 주장에 김 장관은 “여론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김해가) 부적정이면 (가덕도를) 패스트트랙에 태워달라”며 청탁성 발언도 했다.
김 장관은 “한두 푼 하는 사업도 아니고, 수십조원이 될지도 모르는 사업”이라며 “사업을 할 때는 지킬 절차가 있다”고 했다. “정치와 정책은 다르다”는 3선 국회의원 출신 장관의 일갈이 이번 만큼은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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