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돌아왔다. 올초부터 10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약 30조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다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바이든 효과’다.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이 계기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처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시행되면 달러 약세·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바이든 정책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이 한국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 대거 포진해 있는 것도 외국인 유입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달러가 약할수록 환차익에 민감한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신흥국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은 커진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그간 달러 약세·원화 강세에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보호무역주의 등 요인으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 이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았다”며 “대선이 끝나면서 이런 걸림돌이 하나씩 풀려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부문에 집중돼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배터리와 바이오다. 바이든의 대표 공약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날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대표주는 각각 1.94% 6.81% 10.95% 상승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대표주자인 셀트리온 주가는 2.70% 상승했다. 태양광과 수소산업 수혜주인 한화솔루션도 급등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경기민감주도 들썩이고 있다. 반도체와 화학 업종,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해운·항공 업종이 대표적이다. 이날 롯데케미칼(9.20%) 한국조선해양(8.69%) HMM(16.1%)뿐만 아니라 좀처럼 오르지 못했던 대한항공(4.81%)과 아시아나항공(7.25%) 주가까지 올랐다. 무역 분야에서도 다자체제가 복원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물동량이 이전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유동성만으로 올랐다는 불안감까지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의 힘으로만 지수를 2400선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힘을 보태면 증시는 내년까지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재연/최예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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