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 1위' 신도리코, 3D 프린터로 재기 노린다

입력 2020-11-09 17:35   수정 2020-11-10 01:30

사무실에서 종이를 쓰지 않는 ‘페이퍼 프리’ 기업이 늘면서 사무기기산업은 수년 전부터 불황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비대면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대표 사무기기 업체인 신도리코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1739억원)은 전년 동기에 비해 21% 쪼그라들었다. 195억원의 영업손실도 봤다.

하지만 회사 분위기는 나쁘지만은 않다. 유명 카페 ‘어니언’ 등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전시 공간이 신도리코 소유의 건물과 부지를 빌려 쓰면서 임대수익이 크게 뛰었다. 1971년 성수에 둥지를 튼 신도리코가 주변 공장과 부지를 꾸준히 사들였던 결정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신도리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신도리코의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인 순현금자산과 투자 부동산 규모는 6118억원이다. 시가총액(2323억원·11월 6일 기준)의 2.6배에 달하는 규모다.

순현금자산은 현금과 단기 금융자산에서 부채총계를 제한 값이다. 부채는 적고, 현금성 자산이 많은 재무적 특성이 신도리코가 순현금자산 우량기업으로 꼽혀온 이유다. 신도리코는 창업 초기부터 무차입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신도리코의 순현금자산은 575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7.4%에 불과하다.

성수동 토지와 건물이 본격적으로 효자 노릇을 한 건 성수동이 떠오른 2016년부터다. 낡은 공간을 재활용하는 ‘공간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재활용)’이 유행하면서 카페와 전시 공간이 성수동에 속속 들어섰다. 6억원 안팎이었던 신도리코 임대료 수익은 지난해 20억원으로 급증했다.

실적 악화에도 신도리코가 매년 150억원가량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배경이다. 대부분 3D(3차원)프린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쓰였다. 회사 측은 5년 전부터 사무기기 위주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3D프린터로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 7월 산업용 대형 3D프린터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말 5억~10억원 규모의 초대형 3D프린터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금속 소재 산업용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3D프린터도 개발 중이다.

최근 들어선 투자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연세대, 경북대 등 주로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신도리코 3D프린터를 사용 중이다. 특히 전기자동차 등 미래 산업 제조공장에서 3D프린터 업체들의 경쟁이 예고돼 있다. 신도리코는 기존 프린터사업 노하우와 세계적인 공급망·서비스망을 무기로 이 시장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세계에서 승부를 보려면 메탈 프린터를 통해 스마트팩토리 시장에 진입하는 게 관건”이라며 “세계 3D프린터 기업 중 5위 안에 드는 게 중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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