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가 국내 기업에는 한층 불리한 통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의 중국 압박 역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바이든 시대의 통상 현안을 긴급 점검하는 웨비나(웹+세미나)가 10일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렸다. 안현실 한경 논설위원 겸 전문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웨비나에는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 폴 공 전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 정무보좌관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자들은 바이든이 대선에서 내건 ‘메이드 인 올 아메리카(made in all America·모든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한다)’ 슬로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온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미국산 우선 구매)’ 정책보다 한층 강화된 보호무역 정책을 제시한 것”이라며 “단순히 완제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소재까지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 보급 등을 위해 지급하겠다는 보조금도 미국산 부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등 미국 내 제품 판매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 전 보좌관도 “바이든 당선인이 오랫동안 상원의원을 지내며 정치적 배경이 된 델라웨어는 화학업체 듀폰의 본사가 있다”며 “미국 내 전통 제조업에 상당한 애정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웨이 압박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중 봉쇄전략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공 전 보좌관은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노력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거품이 되는 것을 부통령으로 목격했다”며 “러시아보다 훨씬 중요한 중국에 대해 그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 교수도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풀면 이후에 중국 기업을 압박할 명분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간 무역 갈등에 대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송 변호사는 “미국은 한·일 무역갈등을 안보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뿐 통상적인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겠지만 한국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의사를 밝히는 등 다자간 무역협상에 대해 비판적인 미국의 시각도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교수는 “다자간 무역협상을 강조한 바이든의 발언을 잘 뜯어보면 중국을 포함한 WTO가 아니라 우방국 간의 연대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중국에 대한 압박도 국제기구가 아니라 미국 국내법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WTO 등 다자간 무역협상에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배출 감축 투자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았다. 공 전 보좌관은 “바이든은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통해 6조달러에 이르는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라며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는 상원에서 증세안이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아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웨비나 토론회 동영상은 한국경제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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