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 비대면 수요가 줄어 기술주 실적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 조정 요인일 뿐, 고성능 반도체와 자율주행차 등으로 사업 영엽을 확장하는 대만 IT기업들에 주목할 때라는 의견에 우세하다.
자취안지수가 오르는 건 대만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IT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대표기업인 TSMC의 지난달 매출은 4조6469억원(1193억 대만달러를 한국은행 고시 10일 환율 종가로 환산)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었다. 애플의 아이폰을 수탁 생산하는 폭스콘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2.8%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전월(9월)과 비교하면 31.3% 늘었다.
다른 IT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만 공시시스템 MOPs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대만 100대 IT 기업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65조7962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야교(123.4%), 왈신테크(55.9%) 등 수동소자 기업 7곳의 매출은 합계 58.6% 늘었다. 누보톤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12곳(37.9%), 윈본드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 4곳(32.8%), 한스타 등 LCD(액정표시장치) 기업 4곳(21.3%)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의 실적이 좋아졌다.
국내 투자자들은 대만 주식 보유잔액을 크게 늘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개인과 기관 합산,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는 제외)의 대만 주식 보유잔액은 연초 470만5502달러에서 지난달 815만9209달러로 73.4% 늘었다. 전체 해외 종목 보유액이 이 기간 약 40% 늘어난 것에 비해서 증가세가 가파르다.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게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9~10월 대만 100대 IT 기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늘어나는데 그쳤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가 3~4월 4.1%, 5~6월 6.7%, 7~8월 9.4% 등으로 점점 증가폭이 커졌는데 최근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비대면 생활방식 확산, 자율주행차 보급 등 IT산업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코로나19 백신 출시에 따른 비대면주 조정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큰 틀에서 전자산업 의존도가 높아지는 사회 변화는 그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IT 기업들은 신사업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TSMC는 16조8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 기업은 2024년 세계 최초로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폭스콘, 에이수스텍, AU옵트로닉스,난야 등 다른 기업도 새 먹거리를 적극 개척중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은 자체 브랜드보다는 글로벌 IT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인 점도 긍정적”이라며 애플이 크면 팍스콘이 크는 것처럼 글로벌 IT 산업 성장과 같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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