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시간에 따라 풍경이 바뀌는 클러스터(계기반),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가야 할 차선을 알려주는 전면 유리창, 겨울철에 차를 타기 전 미리 난방을 켜놓을 수 있는 스마트폰 연동 앱….
현대자동차그룹이 인포테인먼트(차량 내 정보 및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장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같은 미래차 전략의 중심에는 '현대차 인포테인먼트 개발센터'가 있다. 고객 분석부터 새로운 시스템 개발까지 총괄하는 조직이다.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UX개발 및 소프트웨어개발을 맡고 있는 양현승 팀장, 박영우 팀장을 만났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쉽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뒷좌석에 타는 고객들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들이라 1~2주일간 카메라를 달아 밀착 관찰하기는 어렵죠. 회사의 고위 임원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음성은 녹취하지 않는 조건으로 1주일간 관찰 카메라를 달기로 했어요. 분석을 해보니 스케줄 확인이나 영상 시청 등을 위해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시더군요. 차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뒷좌석에서 필요한 기능을 개발하게 된 배경입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일정 확인, 위치 확인, 스포츠 경기 관람 등을 할 수 있는 거죠.
박영우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개발팀(이하 박)=스마트폰의 전용 앱을 통해 여정 전체를 책임질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죠. 스마트폰 앱과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동하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차에서 내릴 경우 ‘목적지까지 500m가 남았습니다. 안내받으시겠습니까’ 같은 문구가 떠요. 목적지까지 ‘라스트마일’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차를 타기 전에도 스마트폰 앱을 활용할 수 있어요. 겨울철에 차 시동을 걸어두고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앱으로 미리 시동을 걸어두고 난방을 켜두면 돼요.
색깔 하나하나도 꼼꼼히 체크해요. 현대차의 경우 광고에서 블루 톤을 자주 사용하는데, 그 색상을 디지털 기기에 그대로 가져오기에는 안 맞는 부분도 있었어요. 운전 중에 방해되지 않도록 채도를 낮춘 ‘아쿠아 블루’라는 색상을 설정하고 그걸 요소, 아이콘 등에 일관되게 적용했죠.
자동차 산업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들은 격변기 속에서 바뀌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때 보안 문제 때문에 시도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이제는 조직 차원에서 이런 시도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박=흔히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차 안이 집이 된다고 하는데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요구사항이 나올 거 같아요. 집에 들어가면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거나 침대에 파묻혀 있잖아요. 인포테인먼트가 역할을 하려면 집에 있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줘야 해요. 차량의 본질은 '이동'입니다. 자동차 안에서 영화를 시청하더라도 이동하면서 변화하는 주변 상황, 날씨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위치를 공유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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