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덴탈, 미국 석유메이저 최초로 '탄소중립' 선언

입력 2020-11-11 15:24   수정 2020-11-11 15:30



미국 에너지기업 옥시덴탈이 2040년까지 세계 공급망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며 '탄소중립(넷 제로)' 방침을 발표했다. 미국 주요 에너지기업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최초 사례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키 홀럽 옥시덴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단계적 탄소중립 계획을 밝혔다. 각종 탄소 저감 조치를 쏟아부어 탄소 배출량과 저감량의 합을 0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홀럽 CEO는 이날 세 측면에서 탄소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첫 측면은 자사 공급망이다. 2040년까지 옥시덴탈의 셰일에너지 생산·유통 등 운영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게 목표다. 두번째 측면은 생산·공급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다.

옥시덴탈은 이날 세번째 측면으로 휘발유 등 일반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이용하면서 나오는 탄소에 대해서도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 사용자 측면은 기업이 통제·조절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동떨어져있어 앞서 저탄소 기조를 채택한 유럽 오일 메이저들도 탄소중립 계획에 넣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원유 생산부터 사용 과정까지 중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로열더치셸, BP, ENI도 사용자 측면 탄소 절감을 계획하고 있지만 순배출량 '0'를 표방하고 나선 것은 옥시덴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옥시덴탈은 자사 기존 기술을 활용해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대폭 저감하면 소비자 측면 탄소 중립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유회수율증진(EOR) 기술이 대표적이다. EOR 기술은 에너지기업이 지하 유전 내 잔류 원유를 채취할 때 쓰는 방법이다. 이산화탄소를 유전에 압입(壓入)하고, 이를 통해 원유를 땅 위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쓰이는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지하에 매장된다.

옥시덴탈은 "옥시덴탈은 이미 매년 2000만t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EOR기술을 통해 매장하고 있다"며 "이는 자동차 400만대가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옥시덴탈은 이미 EOR용 이산화탄소 이용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고, EOR 기술이 뛰어난 만큼 이같은 기술을 응용해 원유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옥시덴탈은 이날 EOR을 비롯한 탄소 저감 기술과 시설에 대거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유럽 오일 메이저가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식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려 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홀럽 CEO는 "페름분지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 이산화탄소 포집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며 "탄소저감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역발상적 접근을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홀럽 CEO는 "이같은 시설을 쓰면 자체적으로는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없는 여타 기업과도 협력할 길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기업간 탄소배출권 거래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탄소 포집사업은 10~15년 이내에 옥시덴탈의 화학사업부문만큼 많은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은 일단 옥시덴탈의 '탄소중립 신사업'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앞서 BP가 재생에너지에 대거 투자하겠다며 저탄소 계획을 내놓자 주가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린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옥시덴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 오른 주당 12.3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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