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정상통화를 통해 한·미동맹, 북핵문제,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등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양 정상은 미국의 새 정부 출범 후 조속히 시일내 직접 회담을 추진키로 했다.
이날 정상통화는 바이든 당선인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 상원의원시절 한국민주주의에 대한 기여 등 사적 인연까지 거론되며 편안한 분위기속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4분간 진행된 바이든 당선인과의 정상통화에서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바이든 당선인의 오랜 국정 경험과 탁월한 리더십, 그리고 명확한 비전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높은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며 축하를 보냈다.
바이든 당선인이 첫 공식행사로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은 데 대해서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인이 줄곧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특히 오늘 미 재향군인의 날에 한국전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최근 우리 언론에 직접 기고문을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해줬다"고 상기하며 한반도 평화정착 의지에 사의를 표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에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한국은 강력한 동맹이다. 주한미군 철수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 동맹을 강화하겠다"며 트럼프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민주주의 인권 등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며 한반도 역내 평화 번영의 기반이 돼온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당선인과 긴밀히 소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은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핵심 축(linchpin)이다.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고 북핵문제 해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의 코로나19대응에도 후한 점수를 부여하며 미국의 코로나대응 태세의 전면적 전환을 시사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날(1월20일)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한국이 매우 훌륭하게 코로나에 대응해 온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과 같이 대응을 하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며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고 있어 길이 열리고 있으며 지금부터 신 행정부 출범식까지 코로나 억제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앞으로 코로나19 대응뿐 아니라 보건안보, 세계경제회복, 기후변화, 민주주의, 그리고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가 긴밀히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강 대변인은 "양측은 취임 이후 가능한 조속히 만나 직접 대화할수있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
이날 정상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의 자서전과 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는 등 편안한 분위기속에 대화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후보경선 수락연설에도 인용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셰이머스 히니의 싯구 '역사는 말한다'를 빌어 축하를 전하면서 "우리 국민들도 당선인인에 대해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정상간 대화중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의 인연도 나왔다. DJ는 미국 망명시절 알게된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을 대통령 당선 이후 청와대로 초청해 매고 있던 넥타이를 선물하는 등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의 관계도 대통령께서 인용을 하셨는데 바이든 당선인의 상원의원 시절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을 우리 국민이 잘 알고있다는 취지의 말씀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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