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저항운동은 그래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 돼지독감이 대유행하면서 백신을 개발하고 접종을 의무화했지만 500명의 환자가 전신마비 증세를 호소했다. 백신 개발의 조급증이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오랜 기간 미국은 백신 후유증을 겪었다.
최근 미국 ABC방송이 미국민 1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의 27%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오더라도 이를 맞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거부 응답자에서 40대가 가장 많다는 건 충격적이다. 백신의 효능을 전반적으로 믿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절반을 차지한다. 느슨한 사회의 단면이거나 아니면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메시지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백신을 거부한다는 건 자칫 면역력 약화라는 개인적 수준을 넘어 질병 유행의 위험 증가라는 공중보건학적 실패로까지 번질 수 있다. 백신의 혁신을 통해 인류는 경제 발전을 이뤄냈고 사회 진보를 일궈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코로나19 극복은 과학이라며 과학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에서 백신 개발 이후 사회의 일단면이 읽힌다.
안전성과 시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에서 어느 것을 먼저 택할지는 영원한 숙제다. 중국은 이미 백신을 개발했다고 했지만 안전성 면에서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 임상 3상 시험을 끝내지 않고 개발 백신의 승인을 먼저 한 러시아엔 더욱 의문의 표가 남는다. 지금 백신 개발에 도전한 업체만 60개를 넘는다고 한다. 백신 개발 이후 보급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백신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설명되는 ‘백신 리터러시’가 코로나19 이후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로 대두될지 모른다. 정부는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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