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어떻게 활용할지, 인간만이 결정"

입력 2020-11-12 17:52   수정 2020-11-13 00:57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知能)과 유사해진다고 우려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지력(知力)입니다. 정보가 옳고 그르냐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12일 ‘글로벌인재포럼 2020’의 ‘AI 시대, 다시 인간을 생각하다’ 세션에서 인간과 AI를 구분하는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보를 판단하는 도구로서의 지능’에서는 인간과 AI 간 차이가 좁혀질 수 있지만, 이런 도구를 활용하는 의지력에서는 AI가 인간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다.

최 명예교수는 ‘의심하고 부정할 수 있는 능력’ 역시 AI와 인간을 구분 짓는 또 다른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최적의 답을 계산해 움직이지만, 인간은 이런 계산을 거부할 수 있다”며 “배고프더라도 먹지 않고, 피곤하더라도 눕지 않는 것이 인간의 지력”이라고 말했다.

통섭(統攝)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대중에게 알려진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AI와 생물의 발전 차이를 분석했다. AI는 주어진 조건에서 항상 최적의 답을 찾아나가는 식으로 발전하지만, 생물은 ‘자연선택’에 따라 진화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조건이 크게 바뀐다면 인간과 같은 생물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최 석좌교수는 “인간이 지닌 무수한 다양성이 항상 최적의 답을 제시하진 않지만 어느 순간에는 가장 좋은 해결책을 낼 수 있다”며 “AI가 이렇게 스스로 진화하지 않는 이상 인간을 이기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두 발표자가 상반된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좌장을 맡은 김민형 영국 워릭대 수학연구소 석좌교수는 “인간을 수학적·물질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두 발표자에게 공통으로 했다.

최재천 교수는 심장세포를 예로 들면서 인간을 물질적으로 기술하는 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세포를 모아놓으면 그저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심장세포는 모아놓으면 자발적으로 운동하기 시작한다”며 “현재의 과학 이론으로는 예측이나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 많은 만큼 인간을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최진석 교수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을 기술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신비의 영역으로 남은 것들이 학문의 복합적 발전으로 조금씩 파헤쳐지고 있다”며 “AI가 오히려 인간을 이해하는 데 더욱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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