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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소비하면서 더 얻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세계의 주요 농업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은 1999년에 비해 비료를 25%나 덜 쓰고, 농사에 필요한 물 역시 1984년에 비해 22% 이상 덜 쓴다. 하지만 작물의 양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건축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의하면 목재의 소비량은 1990년 이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질조사국이 조사 가능한 72가지 자원 가운데 해가 갈수록 소비량이 증가하는 자원은 규조토, 산업 석류석, 보석, 소금, 은, 바나듐 여섯 가지뿐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기술 발전에서 찾는다. 알루미늄 맥주 캔은 1959년에 등장했다. 이전의 주석 캔은 맥주에는 1994년부터, 청량음료에는 1996년부터 전혀 쓰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무게가 85g으로 무거웠지만, 1980년대에는 16g까지 줄어들었고, 오늘날 12.75g으로 가벼워졌다. 매니토바대 환경지리학과의 바츨라프 스밀 교수는 만약 모든 캔을 1980년대 방식으로 만든다면 현재에 비해 알루미늄이 58만t이나 더 필요해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서비스 영역도 마찬가지다. 철도 회사인 시카고앤드노스웨스턴철도사는 하루에 움직이는 철도 차량이 전체의 5%가량이라고 파악했을 뿐 정확히 몇 대인지 알지 못했다. 수천㎞가 넘는 철로 덕분에 보유하고 있는 수천 대의 철도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 가운데 일부는 정비를 위해 조차장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움직이는 차량의 비율이 5%에서 10%로만 증가해도 보유 차량의 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철도 차량을 체계적으로 추적하기가 어려워 비효율이 심했다. 1990년대 이후 무선인식표와 센서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모든 철도 차량에 무선 인식표를 장착하고, 철로 옆에 설치된 센서로 하여금 인식표를 읽어 정보를 전송하도록 하자 전국 450개가 넘는 철도 회사들은 자사의 철도 차량이 실시간으로 어디에 어떤 상태로 위치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자원 고갈을 우려하는 환경론자들의 절박한 외침도 기술 발전과 자본주의의 결합이 빚어낸 결과 때문이었지만, 오늘날 그 결합의 양상이 달라졌다. 자본주의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동인으로 작용했고, 기술은 이에 응답했다. 디지털화 중심의 생산 변화가 대표적이다.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르는 그의 책 《성장의 문화》를 통해 산업시대의 성공은 이성, 과학, 인본주의, 진보와 같은 계몽운동의 가치로 인해 형성된 성장의 문화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산업화 시대의 성장을 이끌었던 기술과 자본주의의 상호작용이 ‘덜 쓰고 더 얻는’ 새로운 지속가능한 성장의 문화 형성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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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탈물질화 시대’로
둘의 상호작용으로 지속성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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