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2일 교육부가 평생교육을 목표로 저소득층 1만5000명에게 1인당 연간 35만원씩 지원하는 ‘평생교육 바우처사업’ 지원 인원을 5000명 늘릴 것을 주문하며 21억원을 증액했다. 그러면서 지급 인원 확대로 인한 운영비도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며 28억원의 운영예산을 별도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이 사업 예산은 73억원에서 123억원으로 불어났다. 평생교육 바우처사업 지급액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행정비용 증액을 포함해 교육위가 1조1227억원의 예산을 늘리는 데 들어간 심사 기간은 단 3일이었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내년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이 같은 선심성 현금 복지사업 증액이 앞다퉈 이뤄지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지역구 사업 증액 역시 빠지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과정에 이미 지역 사업 예산이 충분히 반영됐음에도 국토교통위원회 등은 전국 도로, 교량 건설 및 상수도 정비사업 등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예산을 줄줄이 늘렸다.
의원들은 이런 사업을 증액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의원들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서”라거나 “조속한 공사추진을 위해서”라는 원론적인 이유를 달았다. 바꿔 말하면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 편성된 정부안보다 금액이 늘어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정치 사안에 대해선 치열하게 싸우던 여야 의원들이 각 지역구 예산 증액에는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아도 눈감아주는 ‘로그롤링(암묵적 담합)’의 전형적인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413억원이 늘어난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몫 예산안에서도 비슷한 지역구 사업들이 크게 증액됐다. 환노위는 경북 경산 노후상수도정비 지원에 85억원, 보령 하수처리장 설치에 33억원, 경기도 화성 노후 상수도 정비 사업에 12억원을 증액했다.
전체회의 의결을 앞둔 보건복지위원회는 예결소위 단계에서 ‘생계급여’ 예산을 1223억원 증액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생계급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 사업과 관련해 내년부터 2040년까지 매년 평균 최소 28조6000억원에서 최대 34조7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철저한 재정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복지위는 관련 예산을 더 늘렸다.
이번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는 정부·여당의 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난 사업 예산이 주로 늘어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팩트체크 사업’ 예산을 두고 충돌했다. 정부는 당초 국가 예산으로 언론을 팩트체크하는 기관을 만들어 지원하겠다며 10억원가량을 편성했다. 야당은 기관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이상 편향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결국 정부안보다 4억원가량 늘어난 14억원의 예산이 의결됐다. 통일부가 기획재정부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제출한 북한정보 AI·빅데이터 분석시스템 사업도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절차 하자 논란 속에서 102억원이 증액 의결됐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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