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을 맘대로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나라가 돼버렸다

입력 2020-11-15 18:28   수정 2020-11-16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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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아 1년 내에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경우 해당 대출금을 모두 회수하겠다는 방침을 정부가 지난주 발표했다. “신용대출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개별 부동산 거래에 대해 정부가 대출금을 회수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많다.

헌법 23조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은 법률로 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선 정부의 신용대출 회수가 헌법이 정한 ‘공공필요’에 부합한 것인지부터 의문이다. 정부는 대출로 집을 못 사면 집값이 덜 오르고 결과적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은 공공필요에 해당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1억원 넘는 신용대출로 집을 못 사게 하는 게 부동산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극히 의문이다. 20차례 넘는 대책에도 급등세를 지속하는 집값이 일부 신용대출 회수로 안정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투기꾼 탓’으로 돌리려는 정부의 또 다른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규제는 그 형식이 법률이 아닌 금융위원회 ‘행정지도’였다는 점에서도 위헌 소지가 크다. 지난달부터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 구입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나 지난해부터 주택 매도 대금을 예금 외 다른 용도로 지출할 경우 증빙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것 등도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관련 법률에 근거가 빈약하거나 근거는 있더라도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원할 때 원하는 집을 사고파는 것은 자본주의를 택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이는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마음대로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돼 버렸다. 물론 재산권은 기본권 중에서 가장 많은 사회적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천재지변이나 경제위기, 대대적인 국가적 사업에 의한 수용 등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송파구 일부 지역은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여 실거주자가 자금 출처를 다 밝혀도 구청이 허가를 안 내주면 이사도 못 간다. ‘모든 국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14조가 무색해졌다. 헌법도 법률도 휴지조각처럼 만들어 버리는, 마구잡이식 사유재산권 침해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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