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환투기 세력, 美 대선 이후 왜 한국을 공격하나?

입력 2020-11-15 17:14   수정 2020-11-1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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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내년 1월 2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조 바이든 정부’로 교체된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임상시험 결과 발표 이후 ‘코로나 시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넘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바이드노믹스’로 통칭되는 바이든 시대에 예상되는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다자 채널로의 복귀다. 바이든 후보는 당선 윤곽이 잡히자마자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신파리기후협약에 가입할 것을 약속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따르면 다자 채널 복귀만으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0.5∼0.7%포인트 제고될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가장 앞서가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이 신속승인절차를 밟을 경우 내년 상반기에도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상품의 이동을 제한시켰던 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경우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최소한 0.3%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예측기관의 시각이다.

세계 교역 증가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높아진다면 수출 지향적 성장전략을 추진해 왔던 국가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 트럼프 정부 때 가장 피해를 받았던 중국이 재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병 진원지’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중국 경제는 신속한 경제활동 재개 등으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쌍순환(국제 순환+국내 순환)’과 ‘홍색 공급망 구축(소재·부품의 국산화 비율을 끌어올려 세계가치사슬의 중심지를 중국으로 이동)’ 전략을 추진해 바이든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환경이 도래된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과 대외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는 방침을 확정해 놓은 상태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높아진다면 한국 경제에도 수혜가 기대된다. 골드만삭스 등은 미국 대선이 끝나자마자 한국 경제 성장률을 올려잡고 있다. 바이든 시대를 맞아 새롭게 전개될 미·중 마찰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그동안 왜곡된 양국 관계를 어떻게 바로 잡느냐에 따라 성장률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간 자금흐름도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미국 대선 이후 거래일 기준으로 1주일 만에 외국인 자금이 중국 증시로 10조원, 한국 증시로 4조원이 들어왔다. 유입 속도로 본다면 한국의 경우 국내 증시가 개방된 이래 가장 빠르다. 질적인 면에서도 캐리 자금, 셸터(shelter·피난처) 자금의 성격이 강했던 종전과 달리 펀더멘털을 겨냥한 자금이다.

외국인 자금의 갑작스런 유입으로 중국 인민은행과 한국은행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위안화와 원화 가치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직후 달러당 7.3위안 이상으로 절하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6.5위안대까지 절상됐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285원에서 1100원대로 무려 170원 이상 급락했다.

현재 달러는 트럼프 정부 시절에 더 악화된 쌍둥이 적자를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로 메우는 과정에서 가치가 더 떨어지는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바이든 당선인과 민주당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모색하고 있어 이 국면에서 쉽게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자체적으로 달러 가치 회복이 쉽지 않다면 중국과 한국은 ‘펀더멘털 개선→외국인 자금 유입→위안화와 원화 가치 상승→환차익→외국인 자금 추가 유입’의 선순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겨냥해 위안화와 원화 강세에 베팅하려는 국제 환투기 세력의 움직임도 오랜만에 포착된다.

중국과 한국 증시도 2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 대선을 전후로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 주도 세력도 ‘동학개미’에서 ‘외국인’으로 바뀌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종목별로는 ‘언택트’에서 ‘콘택트’로, 바이오 종목의 경우 ‘코로나 바이오(주로 진단키트)’에서 ‘바이든 바이오(자연·환경·사회적 가치의 영어 첫 글자를 딴 NES)’로 교체되고 있다.

올 한 해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를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면 ‘코로나’와 ‘트럼프’로 요약된다. 내년에는 이 두 키워드가 ‘언제 있었느냐’ 할 정도로 사라질 수도 있다. 전환기다. 정책당국과 기업, 그리고 개인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새롭게 닥칠 트렌드에 맞춰 중심축을 과감하게 이동해야 한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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