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6일 “‘월성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옳고 그름)가 아니라 정책 집행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흠집을 내기 위해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의 공세에 반박한 것이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윗선’ 대한 소환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월성 원전 관련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5일 산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관련 수사를 본격화한 이후, 여권에선 월성 수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수사의뢰를 하지도 않았는데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탈원전 정책은 대통령의 통치행위인 만큼 검찰이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이제 정부 정책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검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여권에선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하고 감사원 감사를 준비하는 과정 등에서 관련 부처 공무원과 관계자들이 자료를 조작해 경제성을 고의로 낮추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들여다보는게 수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공세와 관계 없이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또 검찰 내부에선 감사원이 명시적 고발을 하지 않았더라도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보내 사실상 수사를 의뢰한 만큼, 수사의 정당성에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검찰은 최근 산자부 국·과장과 한수원 실무자 등을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전 폐쇄의 근거가 된 용역 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기초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검찰의 칼끝은 윗선의 부당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는데 향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산업부가 월성 원전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하기도 전에, 청와대에 가동 중단 계획을 보고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채 전 비서관과 백 전 장관의 경우 검찰의 소환조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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