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AKMU)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음악을 들고 돌아왔다.
악뮤(이찬혁, 이수현)는 16일 오후 세 번째 싱글 '해프닝(HAPPENING)' 발표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악뮤의 컴백은 정규 3집 '항해' 이후 약 1년 2개월 만. 이날 이수현은 "정말 기다려왔던 순간이다. '에일리언'으로 혼자 활동하다 다시 악뮤로 뭉치니 몰랐던 소중함도 깨닫게 되더라. 안정적이고 포근해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작의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가 이별의 감정을 다뤘다면 이번 싱글 '해프닝'은 그 이후 찾아오는 감정의 소진을 다룬다. 이번에도 이찬혁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책임졌다. 이찬혁은 '해프닝'에 대해 "편하게 간식처럼 꺼내먹을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가 이별의 절정을 다루는 애절한 곡이라면 '해프닝'은 그 이후에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는가에 대한 스토리를 펼친다. 상처도 받고, 경계심도 있고, 다시 사랑의 기억이 찾아왔을 때 그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수현 역시 다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해프닝'의 매력을 강조했다. 그는 "정규 앨범을 만들 땐 피와 살을 갈아서 '대한민국을 뒤집을 엄청난 명반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작업한다면, 다른 형태의 싱글이나 미니는 우리도 조금 더 환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여러분들한테도 그럴 거라 생각해 재밌게 작업하자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앞서 악뮤는 지난해 발표한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로 음원 차트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차지했다.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곡은 상위권에서 내려올 줄 모르며 음악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간식 같은 다소 가벼운 음악이라고 소개한 '해프닝'이지만 전작의 영향으로 부담감이 있진 않았을까.
이찬혁은 "전작은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스스로 엄청나게 만족했을 앨범이다. 그 자체로도 좋은 앨범이었을 거다. 그런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1년이 지났는데도 10위권 안에 랭크돼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면서 "이번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작업했다. 싱글이라 간식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다. 생각해둔 다음 정규가 있는데 그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재밌게 작업했다"고 털어놨다.
참신한 소재와 가사 등 영감은 어디서 얻는 걸까. "항상 많이 받는 질문이다"고 운을 뗀 이찬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감이라는 말이 거창한 느낌이 있다. 지금의 20대 중반이 할 수 있는 모든 게 자연스럽게 앨범이 된다. 그렇다보니 듣는 분들도 자연스럽다, 억지스럽지가 않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제일 싫은 것 중 하나가 억지로 작곡을 하려는 거다. 일기장처럼 작업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수현은 최근 이찬혁이 프로듀싱한 '에일리언'으로 첫 솔로 활동을 했다. 솔로 활동을 돌아보며 이수현은 "모든 포커스가 나한테 맞춰진다는 게 가장 재밌었다. 어떤 표정을 지어도 카메라가 다 잡아주고 나가는 게 메리트가 있더라. 악뮤 작업을 할 때는 오빠의 이야기가 중점이 돼 내가 새로운 시선과 목소리로 풀어내는 작업이었다면 '에일리언'은 오빠가 처음부터 날 위해 만든 노래였다. 2차 가공 없이 나의 해석으로 나올 수 있었다. 처음으로 내 자신을 노래하는 기분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악뮤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듀엣이고, 남매 혼성이다 보니 혼자서 낼 수 없는 색깔을 확실히 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다"고 했다.
이찬혁의 솔로 계획도 궁금해졌다. 이찬혁은 "이전에는 생각을 안하고 있다가 점점 더 열려가는 것 같다. 솔로도 욕심이 없었는데 수현이와 나의 색깔과 성향이 달라지면서 나만 할 수 있는 것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전보다 열려간다는 말은 악뮤에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이번 싱글 '해프닝'에는 이찬혁과 함께 아이콘의 히트곡 '사랑을 했다'를 공동 작곡한 MILLENIUM과 기타리스트 SIHWANG이 참여했다. 협업을 한 이유에 대해 묻자 이찬혁은 "이전에 '악뮤는 같이 작업하는 데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피처링 한 번 없이 해오다보니 '악뮤랑 작업이 가능할까'라고 의문을 갖는 분들이 많더라. 이전까지는 우리 역시 '이렇게 독특한데 누구랑 섞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틀을 깨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작곡도 협업으로 도전해봤다. 수현이 싱글 때도 협업을 했다.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현은 "나는 이미 솔로가 나왔고, '비긴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분들과 듀엣하는 게 보여지면서 협업 제의도 상당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 많은 분들과 컬래버를 해보고 싶다"면서 "사실 나보다 오빠의 솔로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나도 오빠의 솔로가 궁금하다.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 나오면 엄청날 것 같은 기분이 있다"며 웃었다.
'해프닝'을 통해서는 이찬혁, 이수현의 서로 다른 매력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내는데 집중했다고. 이찬혁은 "모든 건 내 계획과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작 이후로 서로의 캐릭터를 더 극대화하는데 포커싱을 했다. 그게 처음으로 나온 게 수현이의 솔로 '에일리언'이었다. 팝스럽고 춤도 추는 새로운 느낌을 수현이를 통해 내고 싶었다. 이번 '해프닝'으로는 통통 튀는 이미지에서 더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수현은 "확실히 개개인의 모습들을 조금 더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뮤직비디오에도 우리가 겹치는 게 아예 없고, 파트도 1, 2절을 나눠서 다른 연출을 하려 했다.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변하는데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자유롭다' 이런 평가가 제일 좋은 게 아닐까 싶어요."
끝으로 이찬혁은 "'해프닝'의 캐릭터가 이찬혁과 굉장히 흡사하다. 새로운 사랑의 기회가 왔을 때 그걸 경계하는 것과 상처를 받은 사람이 아무렇지 않은 척 할 때 왠지 매력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가 있는 사람이 숨기는 걸 보면서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게 매력적인 것 같다"면서 "'얘네가 앞으로 어떤 노래를 하게 되려나',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어 이수현은 "심오한 메시지를 넣거나 표현을 돌려서 하는 걸 배제하고 공감할 수 있게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며 들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악뮤의 세 번째 싱글 '해프닝'은 이날 오후 6시에 공개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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