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미국 주식에 대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이달에만 미국 주식을 2조원 넘게 사들였다. 증시가 더 오를 거란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잔액은 281억달러(약 31조원)로 집계됐다. 10월 말 264억달러(약 29조원) 대비 6%(약 2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말 84억달러(약 9조원)와 비교해서는 235%(약 22조원)가 급증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미국 주식 투자 수요는 줄어들었다. 달러로 투자하면 환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환차익을 기대하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는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선 후보의 당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로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대규모 재정 확대에 대한 기대가 뉴욕 증시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개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여전히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9982만달러)다.
고점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상승세에 배팅했다. 뒤를 이어 개인들은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5741만달러), 미국 제약사 화이자(4989만달러), 중국 전기차업체 샤오펑(3352만달러) 등에 투자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 기조가 전기차 종목에 대한 기대로 확대된 것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일주일간 14만명을 넘어서면서 봉쇄 정책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시장의 관심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대형 기술주에서 금융주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친환경, 반도체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바이든 관련주로 꼽히는 태양광 업체 솔라엣지와 반도체업체 AMD, 퀄컴 등을 추천했다. 코로나19 여파와 달러 가치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일각에선 국내 주식에 관심을 더 높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달러 약세보다 위안화 강세로 인한 원화 강세가 계속될 수 있다"며 "외국인의 위험자산(국내 증시) 선호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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