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 카카오M이 제작하는 ‘카카오TV’의 드라마가 방영된다. 카카오TV는 OTT 후발주자로 지난 9월 출범했다. 그런데도 2개월 만에 구독자 수가 311만 명을 넘어섰다. 아직 무료이긴 하지만, 웨이브의 월 이용자 수(388만 명)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웨이브가 ‘잠재적 경쟁자’인 카카오TV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이는 건 이례적인 파격이다. 김홍기 웨이브 사업기획그룹장은 “카카오TV 콘텐츠가 웨이브에 익숙한 방식은 아니지만 수준이 높아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용자 반응이 좋다면 관련 콘텐츠 투자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OTT 업체들이 파격적인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다. 다른 OTT나 플랫폼과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연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쟁사의 콘텐츠도 가져와 선보이고, OTT의 경쟁 플랫폼인 극장과도 협업한다.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맞서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따로 또 같이”…불붙는 콘텐츠 확보 전쟁
국내 OTT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6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780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2016년(3069억원)에 비해 2.5배 커졌다. 연평균 성장률도 26.3%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용자들의 관심은 넷플릭스에 집중돼 있어 국내 OTT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콘텐츠 대량 확보 문제다.
웨이브와 카카오TV는 협업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두 OTT는 콘텐츠 특성이 전혀 다르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 JTBC를 제외한 종합편성채널의 드라마와 예능을 중심으로 한다. 반면 카카오TV는 10~20대를 타깃으로 15~30분 정도의 짧으면서도 감각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웨이브는 카카오TV의 콘텐츠로 10~20대 이용자를 더욱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TV는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의 유통 채널을 확대할 기회로 삼고 있다. 앞서 카카오M은 사업 확대를 위해 SK텔레콤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웨이브와 카카오TV에 함께 제공되는 드라마는 ‘연애혁명’, ‘아만자’, ‘며느라기’, ‘아직 낫서른’이다. 카카오TV를 통해 이미 제공된 에피소드는 한꺼번에 웨이브에서 공개된다. 최신작은 카카오TV에서 먼저 선보이고, 12시간 후 웨이브에서도 공개한다.
“경계는 없다”…OTT-극장 협업까지
동일 OTT 업체가 아니라 다른 플랫폼 업체와 협업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왓챠’는 온라인 공간을 뛰어넘어 오프라인 공간인 극장과 손잡았다. 지난 10일 국내 1위 멀티플렉스 CJ CGV와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OTT와 영화관이 온·오프라인 경계를 없애고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건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다. 양사는 극장 관람 데이터와 OTT 소비 데이터를 합쳐 고객 취향을 분석하고 콘텐츠 흥행 여부를 예측하기로 했다. 해외에서도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공동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이번 협약으로 이용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J ENM의 OTT ‘티빙’은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협업한다. 네이버는 지난달 CJ그룹 계열사인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CJ대한통운과 총 60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 교환을 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티빙에도 지분 투자하기로 했다. 웹툰, 웹소설 등 네이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OTT에 들어갈 콘텐츠도 제작한다. 티빙과 네이버 플랫폼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결합 상품도 출시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