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발표할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 개선’ 방안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발표된 초안에 따르면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일반투자자들에게 배정하는 IPO 물량을 30% 선까지 늘리는 방안을 금융위는 검토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전체 IPO 주식 수의 최대 20%를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할 수 있다. 나머지 80%는 우리사주조합(최대 20%), 하이일드펀드(10%)와 기타 국내외 기관투자가(최대 65%)가 나눠 갖게 된다. 개인투자자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 물량을 줄여야 하는 구조다. 금융위는 개인 의무 배정 비율을 일단 25%로 늘리고, 우리사주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하면 최대 5%까지 개인에게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청약 비중이 축소될 예정인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기관 배정 물량을 줄이더라도 공모주 배정 방식을 더욱 공정하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 제도하에서 상장주관사는 투자자의 유형에 따른 비중을 바탕으로 각 기관에 물량을 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주관사는 수요 예측을 통해 기관별 인수희망 가격 및 수량, 의무보유 확약 내용 등을 고려한다. 상장 대상인 발행사가 공모가를 결정하면 주관사는 주식을 배정한다. 청약 금액에 경쟁률을 곱한 주식을 배정받는 개인과 달리 기관은 주식을 받기 전까지 배정 주식 수를 알 방법이 없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런 제도로 인해 주관사가 상장하는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개별 기관과의 관계를 고려해 주식을 배정하는 ‘대리인 딜레마’가 만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공모주펀드 매니저는 “소규모 전문사모운용사 가운데에서는 펀드 마케팅 단계에서부터 주관사와의 밀월관계를 내세워 상품을 홍보하는 기관도 존재한다”며 “1117 대 1을 기록한 빅히트 수요 예측에서 특정 사모펀드는 의무보유 확약 없이 전체 펀드 순자산의 10%를 배정받았지만 6개월 예수를 걸었던 대형 공모펀드 운용사들은 펀드 순자산의 2%도 배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IPO를 맡은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런 공정성 논란이 기관 간 형평성을 추구한 결과라는 설명도 나온다. 한 증권사 주식발행(ECM) 담당자는 “기관의 인수 희망 규모도 고려하지만, 기관별로 얼마를 배정했는지도 중요한 만큼 대형 기관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이 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IPO 제도 개선 방안에는 기관에 대한 공모주 배정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에게 공모주 배정 물량을 늘리는 건 정치적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추진하지만, 금융위는 공모주 배정과 시초가 산정 등은 가급적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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