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주도한 ‘항공 빅딜’로 자산규모 40조원의 세계 7위 단일 국적항공사가 출범하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사 위기에 몰린 항공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성공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산은을 ‘백기사’로 두면서 ‘3자연합’의 위협에선 벗어났지만 통합 항공사의 정상화를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한진칼은 8000억원을 곧바로 대한항공에 대여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아시아나항공도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한항공에 1조5000억원의 신주와 3000억원의 영구채를 함께 발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투입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를 내년 상반기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중복노선 조정과 통폐합 과정 등을 거쳐 2022년 초대형 통합법인으로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두 회사는 중복노선을 조정하고, 마일리지도 통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분율이 하락해 지주사 요건인 20%를 채우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을 맡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다만 산은은 “향후 한진칼의 경영권 변동이 발생되더라도 통합작업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선 여객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통합 항공사의 생존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5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두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냈지만 화물영업 특수에 힘입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9월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지원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산은도 내년까지는 대한항공의 운영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1조원 안팎의 기안기금을 추가 지원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산은이 보유하게 되는 한진칼 지분(9.7%)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은도 이날 공개적으로 통합 항공사 경영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부행장은 “통합 항공사에 대한 경영성과를 매년 평가해 평가등급이 저조할 경우 해임 등 경영조치 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산업계에선 정부 및 정치권 논리가 대형항공사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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