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미국에서 온라인 의약품 유통 산업에 본격 진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봉쇄조치가 이어지면서 우편으로 의약품을 받고자 하는 수요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전자상거래 공룡', 온라인 약국 연다
17일 CNBC에 따르면 아마존은 '아마존 파머시(약국)' 서비스를 출범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온라인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처방약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배달받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아마존은 "처방약 구매를 다른 물건 사듯 간단하게 만드는게 우리 목표"라고 밝혔다.아마존 파머시 서비스는 당뇨병 치료제,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제, 혈당 조절제, 두통약, 피임약 등 각종 일반 처방의약품을 취급할 예정이다. 오리지널 제품과 제네릭(복제약)을 두루 다룬다. 아마존은 "마약성 진통제 등 규제의약품은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처방전의 적법성이나 위조 여부 등을 따질 방법도 마련해 놨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18세 이상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대상이다. 미국 50개주 중 일리노이, 켄터키, 루이지애나, 미네소타, 하와이를 제외한 45개 주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사가 아마존 약국에 직접 처방전을 보내거나, 환자가 CVS나 월그린스 등 기존 의약품 유통업체를 통해 처방전을 이전할 수도 있다.
아마존 파머시는 프라임 회원에게 별도 수수료 없이 이틀 내 약을 배송할 계획이다. 온라인미디어 복스는 "주문 당일 약을 배송받기는 어려운 만큼 급하게 약이 필요한 이들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신 혈압약이나 식품알레르기약인 에피펜 등 매일같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항상 갖고는 있어야 하는 약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TJ 파커 아마존 의약부문 부회장은 "아마존은 이용자들의 민감한 건강 관련 데이터를 아마존닷컴과 연동하진 않을 계획"이라며 "이용자들의 허가 없이 각 이용자 건강 정보를 광고주 등에 공유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53조원 규모 시장…타 업체엔 악재 전망
외신들은 아마존이 적기에 의약품 온라인 유통사업에 진출했다고 보고 있다. 아마존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이들이 폭증했기 때문이다.건강데이터업체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미국 내 처방의약품 시장 규모는 5000억달러(553조원)에 달한다. CNBC는 "아마존이 딱 맞는 시기에 온라인 의약품 서비스를 내놨다"며 "미국에선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우편으로 약을 받으려 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몇년 전부터 온라인 의약품 유통 사업을 공략해왔다. 2018년 온라인 의약품 판매·배달 스타트업인 필팩을 인수해 온라인 의약품 유통 자격을 확보했다. 필팩은 만성 질병 때문에 약을 장기·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환자의 집에 미리 작성된 처방전에 따라 만든 약을 배달하는 기업이다.
다른 의약품 유통 업체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공룡'과 경쟁해야 해서다. 아마존이 필팩을 인수해 의약품 유통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2018년 6월28일에는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 CVS헬스, 라이트에이드 등 의약품 유통업체 주가가 각각 9.9%, 6.1%, 11.11% 폭락했다. 이날 날아간 3사 시가총액만 110억달러에 달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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