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오경택 연출 "무대 전체가 한권의 책…잊고 있던 가족, 사랑의 가치 끄집어냈죠"

입력 2020-11-18 17:21   수정 2020-11-18 21:49


미국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0년대, 네 자매는 서로를 다독이며 각자의 꿈을 키워간다.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아름답고 당당하게 성장해 간다. 이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소설 《작은 아씨들》(1968)은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다. 출간 이후 영화, 연극,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각색되기도 했다. 지난 2월엔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등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돼 큰 인기를 얻었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고전 《작은 아씨들》이 뮤지컬로 새로 태어난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이달 24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을 선보인다. 공연을 맡은 오경택 연출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족 간의 사랑, 우정, 이웃과의 연대 등을 그려낸 작품”이라며 “고전의 보편적이면서 묵직한 주제 의식이 오늘날 우리의 마음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레드북’ ‘시티오브앤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레드북’을 통해 지난해 ‘한국뮤지컬어워즈 연출상’을 받았다. ‘작은 아씨들’은 원작의 인기에다 연출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져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공연 전문 사이트 ‘스테이지톡’이 175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2020 창작 뮤지컬’ 1위에 올랐다. 오 연출은 “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영화 등도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부담이 되기도 한다”며 웃었다.

“뮤지컬이란 장르 자체가 등장인물의 생각에 음악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잖아요. 원작보다 깊고 확장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작은 아씨들’은 캐릭터가 빛나는 작품이다. 따뜻한 성격의 첫째 메그, 쾌활하고 진취적인 둘째 조,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셋째 베스, 당당하고 야무진 막내 에이미는 각자 다르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응원한다. 메그는 이혜란, 조는 이연경과 유리아, 베스는 서유진, 에이미는 전예지와 이아진이 맡았다.

“네 자매에겐 캐릭터의 특성을 잘 표현하는 대표적인 넘버(삽입곡)가 있습니다. 각자의 대표 넘버를 잘 소화해 낼 수 있는지, 다른 자매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배역을 정했습니다.”

그는 독특한 무대 구성을 선보이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시티오브앤젤’에선 회전 장치와 조명을 이용해 한 무대 위에 컬러와 흑백 공간을 동시에 구현해 호평받았다. 이번 공연에선 무대가 곧 ‘책’이 된다. “무대 전체가 ‘작은 아씨들’이라는 한 권의 책이라고 설정했어요. 네 자매가 함께 있던 다락방이 있는 집을 중심으로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뉴욕, 파리, 메그의 집 등으로 공간이 전환됩니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제한된 시간 안에 풀어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고민 끝에 조의 내레이션을 통해 사건을 빠르게 전개하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원작의 주요 사건과 정서는 최대한 담으면서도, 네 자매의 캐릭터 변화를 보다 집중적으로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네 자매의 개성만큼 다채로운 음악과 안무도 감상할 수 있다. 음악은 팝, 발라드, 왈츠, 탱고 등 여러 장르로 구성된다. 조가 작가로서 상상하는 판타지의 세계를 신나는 안무로 펼쳐 보이기도 한다. “9인조 오케스트라가 서정적이고 세련된 음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역동적이고 가슴 시원한 안무도 기대해 주세요.” 공연은 다음달 20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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