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의존 땐 100조원 더 들어…脫원전 수정해야"

입력 2020-11-18 17:24   수정 2020-11-23 14:48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지만 현재의 정책 방향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는 동시에 탈(脫)원전까지 추진하고 있어서다. 탄소 중립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상계한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계획대로라면 2050년 태양광 풍력 재생에너지 등에 국내 발전량의 60%가량을 맡겨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발전 단가가 비싼 것은 물론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다. 한국의 여건상 태양광 풍력 등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탈원전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재생에너지, 안정성·산업 경쟁력 약해
에너지 분야는 탄소 감축의 핵심으로 꼽힌다. 아직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탄소 배출량이 많은 데다 산업 등 다른 배출원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2018년 한국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느라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7020만t으로 전체 배출량의 37%에 이른다.

올초 환경부는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초안을 발표하면서 2050년엔 석탄화력발전이 국내 총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이내로 줄어들고 재생에너지가 60% 이상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지난해 말 석탄의 발전 비중은 40.4%였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5%를 밑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것은 일조량과 바람이 적고, 산악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태양광은 중국산 설비의 저가 공세에, 풍력은 덴마크 등 선진국의 기술력 우위로 인해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중국산을 수입해 보급만 늘린다면 재생에너지가 증가해도 국내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다”며 “정부 투자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탈원전 정책 재고해야”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 없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며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력 공급 안정성뿐 아니라 비용도 문제다. 지난해 원전의 정산단가는 ㎾h당 58.31원으로 신재생에너지(㎾h당 99.98원)의 절반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재생에너지가 급증하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온 산업계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 교수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연간 발전 비용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조원 이상 뛸 것”이라며 “저비용으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원전뿐”이라고 했다.

탈원전 로드맵상에서도 2050년까지 원전 비중이 ‘0’은 아니다. 2023년 준공 예정인 신고리 6호기의 설계수명이 끝나는 2083년까지는 원전이 발전원으로 활용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7년 대비 75% 감축하는 시나리오에서도 국내 발전량의 약 15%는 원자력이 충당하는 것으로 전제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손 교수는 “원전의 특성상 부지 선정과 설계,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며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원전 신규 건설, 수명 연장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탄소 중립 선언과 이행방안 수립 과정에서 민간 부문과의 협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초 발표된 LEDS 초안에는 탄소 중립의 목표 시점이 담기지 않았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7년 대비 40~75% 감축하는 다섯 가지 안이 제시됐다. 최종안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대통령의 탄소 중립 선언이 나오면서 연말까지 유엔에 제출하는 최종안은 목표를 대폭 높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엔 LEDS 최종안 마련을 위한 환경부의 온라인 국민토론회가 불과 이틀 전 공지되면서 ‘무늬만 공론화’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구은서/선한결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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