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환경부는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초안을 발표하면서 2050년엔 석탄화력발전이 국내 총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이내로 줄어들고 재생에너지가 60% 이상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지난해 말 석탄의 발전 비중은 40.4%였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5%를 밑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것은 일조량과 바람이 적고, 산악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태양광은 중국산 설비의 저가 공세에, 풍력은 덴마크 등 선진국의 기술력 우위로 인해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중국산을 수입해 보급만 늘린다면 재생에너지가 증가해도 국내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다”며 “정부 투자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탈원전 로드맵상에서도 2050년까지 원전 비중이 ‘0’은 아니다. 2023년 준공 예정인 신고리 6호기의 설계수명이 끝나는 2083년까지는 원전이 발전원으로 활용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7년 대비 75% 감축하는 시나리오에서도 국내 발전량의 약 15%는 원자력이 충당하는 것으로 전제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손 교수는 “원전의 특성상 부지 선정과 설계,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며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원전 신규 건설, 수명 연장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탄소 중립 선언과 이행방안 수립 과정에서 민간 부문과의 협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초 발표된 LEDS 초안에는 탄소 중립의 목표 시점이 담기지 않았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7년 대비 40~75% 감축하는 다섯 가지 안이 제시됐다. 최종안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대통령의 탄소 중립 선언이 나오면서 연말까지 유엔에 제출하는 최종안은 목표를 대폭 높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엔 LEDS 최종안 마련을 위한 환경부의 온라인 국민토론회가 불과 이틀 전 공지되면서 ‘무늬만 공론화’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구은서/선한결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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