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가 있는 부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세차례 학대 신고를 무혐의로 처분해 '부실 대처' 논란을 빚은 부서는 감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양천경찰서는 19일 "피해 아동의 엄마에게 아동학대 치사와 방임, 아빠에게 방임 및 방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사람은 영아를 장기간에 걸쳐 방임·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다수의 참고인 조사와 CCTV 영상, 피해 아동의 진료 기록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 혐의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엄마 장모 씨는 16개월 딸 A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수차례 A양을 학대하고 차에 홀로 두는 등 방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지난달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복부와 뇌가 손상된 채 병원에 실려 왔다.
당시 이를 본 의료진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시작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양의 사인을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결론냈다.
경찰은 장 씨가 발 또는 무거운 물체로 A양의 등을 내리찍어 장 파열로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머리뼈와 갈비뼈, 쇄골, 다리뼈 등 곳곳이 부러져 있거나 부러졌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학대 치사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 남편은 장씨의 방임 행위를 방조하거나 일부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경찰은 남편이 신체적 학대 행위에 가담하거나 방조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 씨 부부는 숨진 A양을 생후 6개월 때 입양했다. “친딸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입양을 택했다. 그러고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학대를 시작했다.
A양이 사망에 이르기 전 학대 신고는 3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해 B양을 다시 부모에게 돌려보냈다. 이를 두고 '부실 대처' 논란이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양 학대 신고를 방조한 양천경찰서 관계자를 징계해달라’는 글도 올라왔다.
경찰은 "앞선 조사에서 혐의없음 또는 내사 종결됐던 사안들도 이번에 보강 수사를 거쳐 일부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며 "해당 사건을 처음 수사했던 부서는 감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국내에서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자녀는 132명이다. 반면 지난해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을 위반한 267건 중 실형 선고는 33건(12.3%)에 그쳤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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