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6일 KT&G 주가는 7.37% 급등했다. 당시 차트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G가 7% 이상 오른 것은 2006년 5월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8월 7일자 A20면에 이 같은 차티스트들의 얘기를 전했다. 하지만 예상은 틀렸다. 이후 주가는 9만원을 못 넘기고 10월까지 박스권에 다시 갇혔다. 그런 KT&G가 이달 들어 다시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과거 저점이던 10만원대를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T&G가 부진했던 이유는 정체된 실적, 외국인 매도 때문이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 외국계 ESG 펀드들은 담배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올초부터 포트폴리오에서 KT&G를 제외했다. 올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5536억원에 달한다. 주가는 2015~2019년 저점 수준인 10만원도 회복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이후 성장주로 자금이 쏠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KT&G와 같은 고배당주들이 소외받았다는 얘기다. 배당주로서의 매력도 떨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은행, 증권 등 다른 배당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들 종목의 배당수익률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KT&G의 4~5%대 배당수익률은 투자 매력이 높았지만 코로나19 직후에는 7~10%까지 주는 배당주가 수두룩했다”고 설명했다.
KT&G의 또 다른 투자 매력은 안정적인 실적이다. KT&G는 올해 순이익이 1조94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9000억~1조2000억원대 순이익을 올린다. 업황에 따라 배당이 감소하는 다른 배당주와 차이점이다. 지난 20년간 배당을 줄인 적도 없다. KT&G의 올해 배당수익률은 5.5%로 예상되고 있다.
재무구조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한 회사로 KT&G를 꼽는다. KT&G는 2000년 이후 회사채를 한 번도 발행하지 않았다. 빚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회사채를 국채보다 더 좋은 조건(낮은 금리)으로 발행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와 KT&G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ESG가 확산하면서 ‘죄악주’로 분류되는 담배, 도박, 술 등에 투자하는 자금이 줄어들고 있다. 흡연 인구가 줄어드는 점도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배당주 장세가 오면 KT&G의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운용사 관계자는 “KT&G의 적정 가치를 10만~11만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목표가 평균도 11만1765원이다. 다만 그 이상 주가가 오르려면 또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하는 게 KT&G의 숙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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