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퇴근 후 마시는 맥주 한잔에도 모두 사연이 있다

입력 2020-11-19 17:55   수정 2020-11-20 03:31

‘지금 마시는 맥주는 어디에서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맥주 비평가이자 맥주 가이드인 윌리엄 보스트윅은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맥주의 맛에 대한 글을 써내려 가던 어느 날 이런 궁금증을 갖는다. 맥주가 무엇이고 어떤 맛이 나는지에 대해선 충분히 생각했지만 ‘어디서’, ‘왜’ 생겼는지와 같은 묵직한 주제를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보스트윅은 바빌로니아 시대 사원 노동자부터 북유럽 샤먼, 수도승, 농부, 라거를 미국으로 가져온 독일 이민자 등을 찾아 나선다.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은 맥주의 기원을 파헤치기 위해 떠난 저자의 독특한 여행기다. 첫 여행은 소파 위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디스커버리 채널 ‘브루 마스터스’를 보던 중 미국 델라웨어주 양조장 도그피시 헤드의 브루마스터 샘 칼라지온이 인류 최초의 맥주를 재현하기 위해 에머밀, 대추야자, 캐모마일 등 양조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러 이집트까지 날아가는 장면을 본다.

벨기에 수도원 맥주인 ‘베스트블레테렌12’를 구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도 풀어놓는다. 저자는 수도승에게 40유로(약 5만3000원)를 지불한 뒤 맥주를 암시장에 되팔지 않겠다는 선서를 한 후에야 이 맥주 48병을 사 올 수 있었다.

저자는 “사람들이 수도원 맥주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맛을 넘어 이같이 맥주를 둘러싼 이야기 때문”이라며 “맥주와 함께 이야기까지 구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맥주의 역사부터 현대 양조자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통해 맥주마다 담겨 있는 다채로운 사연들을 소개한다. 중세 시대 맥주는 냉기 도는 수도승의 일상을 덮어주는 따뜻한 이불이었다. 밝은 꽃향기를 머금은 IPA맥주는 산업혁명 시대 매연으로부터 한숨 돌리게 하는 존재였다. 호박맛이 강한 맥주는 영국의 전통차에서 독립하고자 했던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맥주 맛은 다양한 시대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고 또 시대마다 맛이 있고 각 순간에 완벽한 맥주가 있다. 맥주의 변화는 현재와 과거를 연결한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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