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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起·떨쳐 일어섬)’가 주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4년 이후 1조위안(약 170조원) 규모 기금을 자국 반도체산업에 쏟아부었지만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0%’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자급률(자국 생산 비중) 역시 10%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무역적자는 지난해 250조원까지 커졌다.
최근엔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그룹 칭화유니마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중국 반도체산업의 허상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초라하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급률은 15.6%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15%대에 머물러 있다. 자국 제조 기반이 약해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지난해 중국은 반도체 무역에서 2280억달러(약 254조원) 규모 적자를 냈다.
지난 16일엔 칭화유니가 만기가 돌아온 13억위안(약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칭화유니는 메모리반도체 기업 YMTC(양쯔메모리)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중국 메모리반도체의 상징’ 같은 기업이다. 중국 교육부가 사실상의 최대주주인 칭화유니가 디폴트에 빠지자 업계에선 “중국 반도체산업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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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더 타내기 위해 중국 기업들은 양산(상업화)이 불가능한 제품을 들고 나와 “개발에 성공했다”고 떠들썩하게 발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공장 신축에 25조원을 투자한 칭화유니는 자회사 YMTC의 ‘32단 3D 낸드플래시 자체 개발’(2016년), ‘64단 낸드 대량 양산’(2018년) 등에 대해 ‘획기적인 성취’란 수식어를 붙여 소개한 바 있다. 중국 D램 업체 CXMT는 ‘LPDDR4’ 모바일 D램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고성능, 저전력 제품”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업계에선 이들 제품이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기업들은 경쟁사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제품을 구입해 분해하는데, 중국 제품은 구할 수조차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중국 지방정부를 속여 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며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고난도 기술을 연습하다 보니 실력이 늘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전문 반도체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 기업들이 수십억원의 연봉을 제시하며 대만 난야, 일본 엘피다 등에서 최고위 경영진을 영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허리’ 역할을 하는 중간 관리자급을 데려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중국 반도체 업계의 상황에 한 숨 돌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중국 정부 지원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 선언에 크게 긴장했던 게 사실이다. 박 교수는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당분간 제품 개발과 양산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반도체를 포기하진 않을 것인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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