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인정한 LG 배터리 '압도적 기술력'…中 보조금 공세 꺾다

입력 2020-11-20 17:28   수정 2020-11-20 21:37

LG화학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전기차 ‘모델Y’의 배터리를 전량 수주하면서 세계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CATL과의 ‘불리한 경쟁’을 기술력으로 극복해냈다.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은 이번 수주로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가격보다 성능 택한 테슬라
20일 중국 테슬라 공식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모델Y ‘롱레인지 모델’과 ‘퍼포먼스 모델’의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가격은 48만8000~53만5000위안(약 8200만~9100만원)으로 예상된다. 모델Y는 테슬라의 프리미엄 SUV모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지난 1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갔으며, 내년 1분기부터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도 생산을 시작한다.

테슬라가 모델Y에 탑재할 배터리를 LG화학 제품으로 결정한 것은 성능을 중시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델Y는 공차중량이 약 2t으로 모델3(약 1.6t)보다 25% 무겁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에너지밀도가 낮아 출력과 항속거리가 떨어지는 CATL의 LFP(리튬·철·인산) 배터리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테슬라가 모델3보다 약 1.5배 비싼 모델Y의 품질 확보를 위해 성능이 앞선 ‘LG배터리’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고급형 모델3에 납품하며 테슬라와 신뢰 관계를 쌓았다”며 “상하이와 가까운 중국 난징에 공장이 있는 만큼 물량을 문제없이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ATL도 LG화학처럼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일부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 격차가 아직 상당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중국의 언론 통제로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CATL의 NCM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잇따라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1위 굳히기 나선 LG화학
중국 배터리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배타적인 정책까지 써가며 지원에 나섰지만 LG화학의 기술력에 밀렸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로 내년 LG화학의 중국 내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선 CATL(올해 상반기 기준 48.3%)과 BYD(14.0%)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중국산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LG화학은 9.5%의 점유율로 3위다. 여기에 모델Y 납품물량이 추가되면 BYD를 제치고 CATL에 이어 중국 시장 2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 LG화학이 점유율을 늘리면 ‘세계 1위’라는 위상도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LG화학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4.6%로 CATL(23.7%), 파나소닉(19.5%)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펼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의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배터리데이’에서 니켈 양극재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LG화학은 올해 약 13조원으로 추정되는 배터리 매출을 2024년 30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배터리 생산능력도 올해 말 120GW(기가와트)에서 2023년 260GW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 중국 유럽 3개 지역에 모두 생산거점을 구축한 세계에서 유일한 업체”라며 “앞선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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