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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코로나 재유행은 백신이 곧 출시될 것이라는 희소식과 함께 찾아왔다. 코로나 종식의 희망이 샘솟자 기다렸다는 듯 코로나가 심술을 부리는 것 같아 얄궂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이번 겨울만 버텨내면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어렵게 됐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이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지만, 우리 정부가 국민 몫으로 확보해둔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아직은 기대 수준이다. 이들 백신이 임상에선 95%의 예방률을 보였다지만 몇 가지 검증이 남아 있어서다. 이런 드라마틱한 효능이 얼마나 지속될지,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대개 백신은 개발까지 10년도 더 걸리지만 코로나 백신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정상인에게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주입해 방어력이 생기게 하는 백신의 특성 때문에 안전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들이 개발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백신은 지금껏 없었다. 안심하고 맞아도 되는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얘기다.
우리 정부가 아직까지 백신 구매 계약을 맺지 않은 것은 이런 과학적 검증에 방점을 뒀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방역 1등 국가’로 조명받아온 만큼 국민 건강을 그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따졌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가뜩이나 독감백신 상온노출 사고까지 터져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 터라 더 조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협상술 때문에 우리 국민은 내년 하반기에나 백신 접종이 가능할 듯하다. 그것도 고위험군이 대상이다. 일반 국민은 내년엔 아예 백신 구경도 못할 공산이 크다. 그러는 사이 우리 국민은 오르락내리락하게 될 코로나 대응 단계에 맞춰 고단한 삶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일상의 피로를 풀기 위해 지인, 동료 등과 선술집이나 노래방을 찾던 일도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한다.
일상만이 아니다. 당장 경제가 문제다. 백신을 확보한 국가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거리두기에 갇혀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방역 1등 국가에서 한순간에 꼴찌로 전락한 사례로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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