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을 하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주식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를 안내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추세(주가 예측의 경우 상승, 하락)는 맞아야 하고, 실적치에 대비한 예측 오차율은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는 증권사와 전망기관의 예측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 예측이 시장흐름에 너무 민감한 고질적인 악습도 반복됐다. 유튜브 등 각종 방송이 난무하면서 더 심해졌다. 주가도 선제 예측해야 본래 목적인 시장 안정과 안내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 시장 흐름을 좇아 사후적 혹은 대증적으로 예측하면 경제주체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주가를 예측하는 것도 놀라웠다. 주가는 심리적인 요인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수치를 들어 예측하기 힘들고, 설령 맞았다 하더라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투자전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추세 예측으로 전환해야 한다.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뉴노멀 시대를 맞았는데도 적정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데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여전히 고집하는 태도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월가에서는 주가무형자산비율(Price Patent Ratio, PPR)과 꿈대비주가비율(Price to Dream Ratio, PDR) 등 새로운 평가지표가 나왔다. 늦긴 했지만 일부 국내 증권사가 PPR과 PDR을 활용해 주가를 예측하거나 유망 종목을 추천하는 것은 참신했다.
각종 증시 포럼 등을 통해 증권사의 내년 주가 예측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다. 놀라운 것은 최고치뿐만 아니라 연간 변동폭이 거의 비슷한 군집성 주가 예측 관행이 더 심해졌다는 점이다. 군집성 예측 관행은 예측자가 자신감이 없거나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한 나라의 경제와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이런 복잡성은 국내 예측기관과 증권사가 의존하는 몇 개의 선행지표로 포착할 수 없다. 올해도 추세 예측에 강점을 가진 미국 경제사이클연구소(ECRI)의 예측이 적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차원 예측 모델인 ECRI의 ‘경제 사이클 큐브’를 소개하면 크게 성장과 고용, 물가가 3차원을 구성한다. 경제 성장은 다시 무역과 국내 경제활동으로, 이 중 국내 경제활동은 부문별 장단기 선행지수로 세분된다. ECRI에서는 이 모델을 통해 100개 이상의 선행지수를 통합함으로써 더 정확하고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예측을 추론해 낸다.
증시 입장에서 재구성해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첫해 주가를 예측해 보면 경기와 기업 실적, 유동성을 3차원으로 구성해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1차원인 세계 경기는 ‘W’자형 등과 같은 비관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차원인 기업 실적은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해 나가는 시대에는 전체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3차원에 해당하는 유동성은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913년 설립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지난 3월 초 임시회의 이후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첫해 세계 증시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기저 효과로 수익률은 둔화하는 동시에 질적으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미국 대선을 전후로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 종목별로는 ‘언택트’에서 ‘컨택트’로, 바이오 업종의 경우 ‘코로나 바이오(진단키트와 백신)’에서 ‘바이든 바이오(자연·환경·사회적 가치의 영어 첫 글자를 딴 NES)로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경기와 증시 판단이 어려워질수록 각국과 주요 예측기관이 더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 판단과 예측 방안을 고안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국내 예측기관과 증권사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예측은 모든 경제활동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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